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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적으로 IT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가 하드웨어에만 집중투자한 나머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서구에서는 주부가 동네 수퍼마켓에서 개인용 PC에 사용할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례를 들기도 한다.
최근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고 디지털 역기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하게 진전된 디지털화는 개개인들에게 편익을 제공해 주고 있지만 권익은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서 안전한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을 보장하는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 IT 산업은 다소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각종 기능이 복합된 첨단 휴대전화나 디스플레이 장비들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면에는 이를 이용한 콘텐츠 산업이 게임이나 네비게이션, 휴대전화를 이용한 영상물 전송 등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을 상대로 한 공략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완전한 가치관과 사회의식이 성숙되지 못한 세대의 인성교육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회적 문제점을 도출하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은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 간에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 현상으로 문화지체(文化遲滯)이론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최근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길게 통화를 한다던지 요란한 벨 소리가 나게 하거나, 버튼 음을 시끄럽게 울리며 게임을 하는 등 주위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몰래 문자를 보내기 위해 칼로 구멍을 뚫은 책상이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인터넷 천국이지만,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사이버 통신언어나 비속어 사용의 영향과 익명성의 남용 등 미성년 사용자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 경남도교육위원이 발의한 <학교내 학생 휴대전화 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조례안은 학교장 재량으로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시 담임교사가 일시적으로 소지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 달 경남도교육위원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어떤 방향으로 제정이 되든간에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점에 의의를 찾고 싶다. 서울시의회도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이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의존은 심각할 정도다. 최근 우리나라의 12세 이상 미성년자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 수치는 아시아 IT강국인 일본과 중국, 인도를 능가하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업시간에 몰래 문자를 주고 받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숫자가 증가일로에 있다고 한다. 일시적인 회수조치나 금지지시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새 주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하는 놀이'가 사라져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친구나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는 인간이 늘어날수록 공동체는 그 축이 무너지기 시각한다. 문명사회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인류에게 안겨주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세계의 가치를 상실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 강국의 명(明)과 암(暗)을 잘 알아야겠다는 교훈을 얻는 한 주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