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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사물과 놀이에 빠지다 ‘이팝풍물패’..
사회

사물과 놀이에 빠지다 ‘이팝풍물패’

표영주 기자 pyo2020@hanmail.net 입력 2009/08/25 14:37 수정 2009.09.10 02:55
“마음 맞춰 북치고 노래하면 스트레스 사라져”

가족 같은 끈끈함으로 뭉친 상북 대표 풍물패



취미를 물었을 때 망설이지 않는 사람, 당신이 진정 인생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돈? 시간? 여유가 없어도 나는 나를 위해 시간을 낸다. 왜냐고? 난 소중하니까요.
ⓒ 양산시민신문

“땅도 땅도 내 땅이요, 조선땅도 내 땅이요!” 신명나는 자진모리장단이 휘몰아치더니 곧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단 한 번 웃음 한 번 번갈아 들리는 이곳은 상북면에서 ‘끼’와 ‘흥’이 있다는 이는 죄다 모인 ‘이팝풍물패’(회장 박용덕)의 보금자리, 상북면사무소 옛 농업기술센터 지소 2층이다.

사물놀이가 워낙에 떠들썩한 음악이다 보니 연습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발품을 팔다 겨우 박용관 면장의 배려로 20평 남짓한 연습실을 갖게 됐다 한다.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방음벽 덕분에 회원들은 ‘신나게 두드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정향숙(47)씨는 “큰 소리 난다고 흉보는 사람 없는 것이 가장 좋다”이라며 “집에서 큰소리를 내면 이웃에게 눈치가 보이지만 이곳에서 큰소리로 북치고 노래하면 스트레스가 다 풀려버린다”며 후련한 표정을 짓는다.

‘신나게 두드릴 수 있다’는 말은 곧,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말. 북채를 처음 잡은 것이 이팝풍물패가 결성된 2008년 3월 즈음이라는 32명의 왕초보는 지난해 양산국화꽃축제에서 첫 공연을 무사히 치렀다. 또 현재 상북면 각 마을에서 사물놀이 전도사로 다른 초보들을 가르치는 실력자가 되었다고.

2년 만에 웬만한 곳에 북채를 내밀 수 있게 된 이유에 대해 회원들은 사물놀이 경력 20년의 박성호 씨를 가리킨다. 사물놀이 강사인 박 씨는 무료로 이팝풍물패 회원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6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박 씨는 회원들이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이유가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꼽았다. 그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이분은 제 학교 선배의 아내 즉, 형수님이다. 또 저분은 제수씨”라며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수저가 몇 개인지 아는 이들이 모여 장단을 맞추다 보니 저절로 마음이 통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하(41) 씨는 남편의 반대로 한동안 수업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마을 어르신인 박용덕 회장이 김 씨 남편에게 ‘네 아내 당장 수업에 보내라’는 말 한마디에 지금껏 탈 없이 풍물을 배울 수 있다고.

박 회장은 “풍물은 한국인 누구나의 피 속에 젖어있는 음악이라 익히기 쉽다”며 “함께 흥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끌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팝풍물패는 상북면의 상징, 양산의 상징인 이팝나무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공연에도 앞장서 이웃과 함께 신명을 즐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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