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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배수진을 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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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을 친 사람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296호 입력 2009/09/08 09:11 수정 2009.09.08 09:11



ⓒ 양산시민신문
기원전 204년 한나라 유방의 장수 한신(韓信)이 조나라와의 싸움에서 구사한 전략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 배수진(背水陣)이다. 한신은 오랜 원정을 거듭해 조나라보다도 전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20만의 적군과 싸우면서 매복과 배수진을 이용해 승리를 얻어낸다. 배수진은 강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사생결단하는 정신 상태로 싸움에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재선거에 임하는 많은 후보군을 보면서 2천년 이상 된 고사성어를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번 선거에 나선 면면들이 후퇴없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대비해 얼굴알리기 방편으로 생각하는 일부 후보들은 차치하고라도 중요한 몇몇 후보의 각축을 보면서 배수진을 치고 출사표를 던진 각오만큼은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집권여당 대표라는 중앙정치의 간판인 박희태 후보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으로 정치적 평가를 받고 싶고, 화끈한 양산 발전을 이루겠다는 큰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박 대표는 부산ㆍ울산ㆍ양산을 아우르는 삼산지역을 수도권에 비견될 광역생활권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마지막 정치 역량을 펼쳐 나갈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남해, 하동 지역구에서 다섯 번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7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일신의 양명을 꾀하고자 양산에서 출마한다는 반발과 당내 소장파들의 쇄신요구에 직면하고 있지만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의미에서 당 대표직을 내놓는 강수를 두면서 배수진을 치고 있다.

김양수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6년 전 양산시민의 선택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양산에 뼈를 묻을 각오로 선산이 아닌 신불산 공원묘지에 아버지를 모시면서 양산의 아들로 태어났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워 공심위를 압박하면서 납득할 수 없는 공천이 이루어질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서라도 끝까지 시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17대 의원 임기 중 2006년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과정에서부터 오근섭 시장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시민사회를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 전 의원은 이번 도전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치의 꿈을 접는다는 각오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허범도 후보에게 아쉽게 패한 유재명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환경전문가이면서 진정한 지역 출신인 자신이 꼭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번 선거에서 얻은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다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그는 최근 한나라당 복당이 이루어지면서 공천을 신청했는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승복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역정에 대한 냉엄한 재평가가 요구될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국민적 애도 물결을 경험한 친노 진영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노무현 서거정국 이후 변화된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17대 총선에서 1천여 표 차이의 석패가 지난해 선거에서 힘없이 무너진 민심의 흔들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 다시 오기 힘든 우호적 분위기를 얼마나 표로 전환하는지에 따라 그의 정치적 역량의 시험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상걸 전 시의회 의장, 이장권 전 도의원 등 지역 토박이로서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 역할을 다하겠다는 출마자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이들은 한 순간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생활해 온 자신들이야말로 화합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직 집권당 대표의 출마로 인해 미니 총선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이번 재선거가 주는 정치적 의미는 대단하다 할 수 있다. 누가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될지 모르지만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의 정치적 행보는 회복불능이 될 수도 있기에 배수진의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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