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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선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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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 제압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297호 입력 2009/09/15 09:01 수정 2009.09.15 05:44



ⓒ 양산시민신문
박희태 전 대표가 결국 한나라당 후보 공천을 받았다.

14일 한나라당공천심사위원회는 10월 28일에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재선거 양산시선거구에 박희태 후보를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3일부터 시작된 공천신청서 접수 이후 서류심사와 면접, 여론조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최종 확정 발표하기까지 열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 전례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데 그 속사정이 궁금하다.

지난주 각 정당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정책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내정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뺏길 우려를 느낀 민주당에서 먼저 치고 나왔다. 양산지역에 친노그룹의 추천 형식으로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을 후보로 내정하면서 수도권 두 지역에도 손학규, 김근태 등 거물급 정치인을 전략공천해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를 내세운 큰 판으로 몰아가는 움직임을 보인 것. 민주노동당도 박희태 후보를 겨냥해 박승흡 전 대변인을 전략공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되었다. 공천심사위원회의 면접에 대리인을 내세운 박희태 후보에 대한 비난이 불거졌고, 여론조사기관 선정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내부의 불협화음이 밖으로 새 나왔다. 공천심사위원의 임명장을 수여한 장본인인 박희태 전 대표를 차마 면접심사에 불러 앉히기가 어려워 대리참석을 용인했다는 공심위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반발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에서는 이런 소모전이 선거에서 유리할 게 없다는 분석으로 신속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어쨌든 정당의 간판들이 서서히 결정되고 있다. 한나라당 성향으로 미리 탈당해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김상걸 전 시의회의장과 이승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외에도 김진명 전 문화원 사무국장이 지역출신임을 내세우며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후보들의 행보인데 우려한대로 탈당 러시가 나타나지 않을까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천심사위의 심사과정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김양수 후보는 물론이고, 이장권, 김용구 후보도 지역정서를 무시한 공천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다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 지지표의 분산이 불가피하게 돼 박희태 후보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박희태 후보의 공천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박 후보도 개인적으로 정권창출에 적극 가담한 만큼 개인적으로도 공과를 평가받고 싶다는 말을 해 왔다. 또 큰 정치인으로서 화끈한 양산발전을 이루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는 시민들의 심판이 남았을 뿐이다.

이번 재선거는 박희태 후보가 크게 판을 키웠다. 남해ㆍ하동 지역구에서 다섯 번 국회의원에 당선돼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원내에 진출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절치부심(切齒腐心)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4월 재ㆍ보궐선거에서도 원내진출을 기대했지만 당 안팎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목적을 이루지 못하다가 드디어 양산에 발을 담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박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서 '낙하산 공천'과 71세의 연령이 수식어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지난 두 번의 국회의원선거에서 그 때마다 타 지역 출신이 공천돼 불만이 쌓인 지역 민심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게 당면과제다.

특히 야권에서는 최근 서거한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조문정국이 아직 국민들의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기대감 속에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최대한 부각한다는 전략이어서 대응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지역출신의 순혈주의를 표방하는 무소속 출마자들이 난립하는 데 따른 변수가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오는 10월 28일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 곳으로 기울지 알 수 없지만 지난 몇 년간 정치적 패갈림으로 인해 서로 반목하고 질시했던 전례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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