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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취소된 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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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된 문화축제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298호 입력 2009/09/22 17:51 수정 2009.09.22 05:52
신종플루 확산 예방 위해 올해 삽량문화축전 취소돼

군중동원 이벤트성 공연보다 시민참여 가능한 놀이축제로



↑↑ 박성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매년 추석을 전후해서 펼쳐지던 삽량문화축전이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올 해 행사가 전격 취소됐다.
 
1986년 삽량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체육과 문화행사를 통해 주민의 화합을 도모해 왔는데 도중에 한 번 자체적 이유로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올 해처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취소된 건 처음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종플루로 인해 국내 대부분의 다중참여행사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마당에 수만 명이 참가하는 삽량문화축전이 부득이하게 취소되는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제에 삽량문화축전의 본질과 추진방향에 대하여 한 번 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986년 당시 양산군은 문화전통을 계승발전시키고 군민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자 조례 981호(1986. 7.1)를 통해 10월 5일을 군민의 날로 제정, 공포했다. 이와 함께 향토문화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학계와 지역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그 해 10월 5일과 6일 양일간 제1회 삽량문화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 출발이었다.

당시 스타디움이 완성되지 않은 공설운동장 부지에서 첫 행사가 열렸다. 행사 내용은 전야제, 시가행진 등 공개행사, 백일장, 사생대회 등 예술행사와 민속행사, 전시 외에도 읍면대항 체육행사와 군민노래자랑이 포함돼 지역주민 축제로 펼쳐졌다.

첫 해 상공회의소에서 주관한 이후 다음 해부터는 문화원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행사 전반을 이끌어 왔는데 10년 전 한때 체육행사를 따로 떼내어 문화행사만으로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보다 다양하고 활발해진 다른 지역의 축제에 비해 행사의 활력도와 시민의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에 따라 한 해 행사를 취소한 채 새로운 형태의 축제를 만드는 노력이 전개됐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삽량문화축전이다.

전통문화의 계승, 구현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트랜드와 이벤트가 가미된 페스티발 형태의 행사가 만들어졌다. 부산 등지에서 전문적인 쇼프로그램 기획자가 영입되고 루미나리에, 허수아비전, 유등띄우기 등 볼거리에 대형 공연프로그램이 시민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상파 방송과 손을 잡은 개막쇼는 수만 명의 관중몰이에 성공했고, 거액을 들인 대형 줄다리기는 아쉬운 피날레가 되었다.

처음 삽량문화제가 열렸던 1986년은 양산의 도시발전이 획기적으로 성장하는 시작점에 있던 시기였다. 1970년대 말까지 조그마한 농촌에 불과했던 양산군은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부산시의 도심지 공장 외곽이전정책이 맞물려 최초로 유산리에 40만평 규모의 지방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산업화가 가속된다. 이어서 북정, 산막공업지역, 웅상 소주공업단지, 어곡공단 등에 많은 기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조용하기만 했던 농촌지역에 보상금이라는 명목의 돈이 돌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개발붐에 편승해 산과 들판은 건설현장으로 변해갔다. 전통의 체계와 상하의 명분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경제논리가 우선시되는 사회풍조가 만연하면서 이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주민화합이라는 구심점의 필요성을 재촉한 것이 삽량문화제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양산은 옛 이름 삽량주가 보여주듯 충절의 정신을 간직한 곳이다. 신라때 고을 수령인 박제상이 일본으로 건너가 볼모로 가 있던 왕족을 구출한 뒤 왜왕의 회유를 뿌리치고 스스로 화형을 감수한 기록과 함께 하북면 출신인 이징옥 등 삼장수의 고향이다. 북정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은 통일신라시대에 우리 양산의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문고로 알려진 백결선생은 박제상의 아들이다.

최근의 축전준비단계에서 추진위원회는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양산의 과거와 미래를 축전으로 꽃피운다는 조화를 내세우고 있다. 좋은 말이다. 지역축제의 핵심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주된 행사의 초점이 군중동원을 위한 이벤트성 공연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선출직 단체장의 입장에서 많은 시민을 모아놓고 자신을 알리는 행사가 싫을 이유가 없기에 축제가 그런 식으로 활용돼 온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지역의 핵심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시민참여성 놀이문화를 개발해 축제의 모티브로 구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의 소도시에서 지방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특색있는 축제들이 글로벌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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