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처음 보는 사람은 어김없이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음악은 신기하게도 지금의 나를 그때 그 시절로 이끈다. 장발에 청바지, 통기타를 안고 음악과 시대와 사랑을 이야기했던 7080, 그 시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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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때로는 서정적인 아르페지오로 때로는 격렬한 스트로크로 마음의 파동을 일으키는 통기타를 하나 안고 트윈폴리오(송창식, 윤형주)와 어니언스(임창제, 이수영), 양희은과 한대수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7080시절에 청춘을 보낸 ‘7080홀리데이통기타동호회(회장 이수남)’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월 결성돼 매주 토요일 오후 김상표 총무가 운영하는 호프집을 연습실 삼아 연주를 즐기는 12명의 중년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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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시인과 촌장의 ‘사랑일기’를 감미롭게 연주하던 이수남 회장이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라고 일러준다.
이 회장은 ‘좋았던 시절’에는 항상 통기타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통기타를 둘러메고 다니다가 내키면 아무 곳에서나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낭만이 있었다”며 “덕분에 왕년에 한 인기 했었다”고 웃어보였다.
또 “젊어서는 여성팬이 많아 아내가 연주하는 것을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끝까지 남은 열혈팬이 되어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고.
이 회장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첫사랑이 아닌 음악의 열병에 빠져 3~4년 동안 그룹사운드 ‘COCKS(수탉들)’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산막동에서 정밀기계부품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좋아하던 골프 등 소모적인 취미활동을 자제하며 기타와 노래에 흠뻑 빠져 토요일만 기다려진다고 털어 놓았다.
모임의 총무로 자신이 운영하는 호프집을 연습장소로 제공하고 있는 김상표 씨는 “학창시절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머리에 열을 식힐 때면 늘 옥상에서 통기타를 쳤다”며 “당시 뒤에서 항상 나를 지켜보았던 소녀가 지금의 아내”라며 사람 좋아 보이는 눈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랬던 아내가 지금은 집에서 연주를 못하게 해 돈도 벌고 연주도 즐기기 위해 아예 7080라이브주점을 차리게 됐다”고.
통기타와의 인연을 끓을 수 없기는 다른 회원들도 매한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작곡, 작사를 시작한 천재 싱어송라이터가 바로 저 김성배입니다”라며 장난스럽게 자기소개를 한 김 단장은 “초등학교 3학년때 기타선율을 처음 들었는데 아직도 그 선율이 귓가에 머문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은 피할 수 없는 김 단장의 길이었다면 부모님에게는 말려야 하는 ‘딴따라’의 길이었다고. 결국 집안의 성화에 김 단장은 성균관대 법학과 등 5개의 학사과정을 끝마쳤다. 하지만 김 단장의 화려한 이력에도 현재 비전공이었던 음악활동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 단장은 “무슨 일을 해도 항상 머릿속에 손끝에 기타의 선율이 맴돈다고 할까요? 음악 없이 살 수는 있겠지만 그건 살아도 즐거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며 덧붙였다.
홍일점 임금옥(50, 북부동) 회원은 “어릴 적 꿈이 가수였는데 50세가 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늙어버리면 억울할 것 같아 동호회에 합류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나의 활동무대는 경로당이 될 것”이라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노석권(43, 상북면) 회원 역시 “이제는 흰머리소녀 팬 앞에서 열정의 연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탰다.
한편, 이수남 회장은 “내년 2월 ‘길거리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길을 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추억의 음악에 젖을 수 있는 거리음악회를 열어 잔잔한 통기타 선율로 특별한 음악선물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이들은 아직 음악으로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