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곡동 임대주택사업 불발로
제2어곡터널 조건사업 백지화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구호처럼
민간에 과도한 부담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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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경남도는 지난 2006년 당시 Y, S 두 건설사가 공동으로 신청한 2천4백여 가구의 임대아파트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너비 10m, 길이 890m의 제2어곡터널과 국도 35호선 연결도로를 개설하는 조건을 부과하였다. 2백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공공사업을 민간사업자에게 부담토록 한 것인데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착공조차 해 보지 못하고 승인취소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사례는 웅상문화체육센터와 국도 7호선을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를 그 일대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은 사업자에게 시공토록 하였다가 사업자 부도로 인해 무산된 전례와 흡사하다. 웅상문화체육센터를 시공하기 전에 이미 조건부 사업승인이 나 있던 터라 막상 센터를 준공할 때까지도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이용객들의 빈축을 사 왔는데 현재 시 예산으로 계획도로를 개설공사 중이다.
담당 관청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민간사업자가 발생시킨 교통유발요인이므로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거다. 당시 한 간부는 “만약 시민들의 혈세를 투입해서 민간사업자의 편의를 봐 준다면 시민들이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이 알아듣기 쉽게 덧붙이자면, 어곡동에서 사업자가 대단지 아파트사업을 건설하려고 한 입지는 원래가 고층이나 밀집된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는 규제를 받는 지역인데 도시계획의 일부변경(완화)을 통해 사업이 승인된 곳이다. 따라서 당초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 등 시설은 행정기관에서 시공하는 것이 마땅하나 돈벌이 사업을 위해 생긴 교통유발요인의 해소는 사업자가 해야 한다는 논리다.
위 사례에서 후자는 국도에서 아파트 단지의 연결상 필수적인 계획도로이므로 사업시행자가 개설하는 것이 그리 무리한 요구라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곡동의 사례는 경우가 좀 다르다. 2001년 착공돼 3년 뒤 개통된 어곡터널이 경부고속도로 양산나들목의 소토리 이전계획과 맞물려 4차선 공사가 요구되었으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2차선만 개통되었다. 2004년 터널이 준공되고 그 이듬해 양산나들목이 개통되었다는 것은 이미 어곡터널 주변의 도로, 교통상황이 충분히 예견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어곡동에 대단지아파트 건설사업의 추진을 감지하고 있었고 사업승인 신청에 맞추어 적당한 떠넘기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사업자는 편입부지 매수에 많은 출혈을 했고 사업계획 수립 초기에 학교부지의 위치선정에 대한 민원의 발생으로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그 때에도 교육청 등 해당 기관에서는 사업자를 달래 양보를 이끌어냈다. 당시 사업자는 사업성 판단에서 약 50억원의 추가손실 예상을 감수하면서 학교부지 추가선정을 수용했는데 또다시 터널공사까지 떠안음으로써 사업자 손실이 결국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양산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낯설지 않다. 제대로 된 사전 안내와 사업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이나 난관에 대한 타결 방안 모색 등 사업컨설턴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양산’이라지만 막상 사업자가 입지를 찾아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어렵사리 개점가동하기까지 고충을 풀어주는 관청의 서비스가 절대부족하다는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곡동에서 아파트사업으로 대박을 기대했던 사업시행자가 착공의 팡파레도 울려보지 못하고 울며 떠난 그 자리엔 오히려 계획 이전보다도 못한 개발의 걸림돌만 남았다. 이렇듯 사업자도 죽고 지역개발에도 흠집만 내게 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처음 사업 추진 단계에서 전원지역에 부합되지 않는 대규모 공동주택단지를 계획하면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해 주는 선진형 기업상담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