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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양산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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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양산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람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00호 입력 2009/10/06 12:18 수정 2009.10.06 12:18



지난 주 필자는 보다 특별한 분들과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얼마 전 발간된 ‘6‧25 전몰군경 전사록’의 편찬위원들에 대한 노고를 위로하는 만찬자리였다. 우리 신문사에서 자료의 정리와 편집을 맡아 함께 수행했던 터라 동석하게 됐는데 60대 중반에서 70대에 이르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기개와 의욕이 충만한 원로들의 모습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6‧25 전몰군경 전사록’은 우리 지역 출신으로 6‧25 전쟁에 참가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700명 가까운 군인과 경찰의 가족관계와 참전기록, 서훈 등을 개인별로 엮은 전사록으로 후손들에게 애국심과 명예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워 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일선 시‧군 중에서 최초로 일구어 낸 지방역사 간행물로 그 의미도 크다 할 것이다.

이번 ‘6‧25 전몰군경 전사록’편찬위원회의 좌장을 맡은 정진화 양산향토사연구회장은 이미 수년 전에 ‘양산의 항일독립운동사’를 편찬하여 우리 지역에서 항일운동에 참가한 선조들의 행적을 충실한 고증을 거쳐 상세한 기록물로 집대성함으로써 항일운동에 직접 참가한 선조들의 후손 가문에 명예를 확인시켰을 뿐 만 아니라 현대를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충의의 고장이라는 자긍심을 높여 주었다.

이러한 원로들의 의연한 노고는 물질문명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도 정신적 자부심과 우열감을 제공하면서 사상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춘추공원 내의 충혼탑의 새 단장과 함께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의 건립도 이러한 지역사랑의 연결고리가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양산읍사’가 발간되었다. 1996년 양산시 승격과 함께 중앙, 상성, 강서 3개 동으로 나뉘었지만 그 뿌리가 같은 양산읍의 역사를 총정리한 ‘양산읍사’는 양산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대로 물려줄 문화유산을 집대성한 것이라 볼 때 그 중요성은 작다고 할 수 없다. 정임성 전 양산읍장을 발간위원장으로 하고 정진화 씨가 편집위원장을 맡아 1년 가까운 작업 끝에 책을 완성하였다. 그 동안 조그만 2층 사무실에서 굵은 안경을 두 개나 덮어쓰고 수천가지 자료더미와 씨름하던 노인들의 모습을 본 사람은 모두 이 책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원에서도 시의에 맞추어 양산을 빛낸 선조들의 발자취를 좇아 후손들에게 남겨질 인물사를 연속해서 발간하고 있고 옛 의병이나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유적을 찾아 보존하려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향토사료들에 대한 정확한 고증과 문헌의 해석을 통해 시민들의 전신적 지주가 될만한 유물이나 유적에 대한 정리작업을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양산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하고도 의의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대부분 연로하여 심신의 쇄약이 우려되는 만큼 새롭게 그 뒤를 이어 대업을 연결해 갈 중진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향토사학이 그 필요성에 비추어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우리가 과거의 우리 모습을 반추함에 있어 신라시대의 왕성한 제2의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었음에도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일본으로 옮겨져 그 곳의 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남아 있는 고분은 껍데기뿐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진정한 유물환수 노력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되었지만 용두사미격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양산은 박제상으로 대표되는 충절의 고장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울산에서 박제상 브랜드를 더욱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찾아내어 정리하고 널리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동북공정에서 중국이 우리 옛 역사를 침탈하는 사례에서 보듯 눈 뜨고 코 베이는 치욕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하겠다.

그날 저녁 참전용사를 대표한 원로 한 분은 현재 생존해 있는 6‧25 참전용사의 생생한 참전기록을 기록물로 정리해서 남기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했다. 참으로 의의가 있는 일이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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