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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사기장 신한균 씨가 일본 다기 전문가 타니 아키라 씨와 함께 도자기 교양서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아우라 출판사)를 펴낸 것.
신한균 씨는 전통사발의 선구자 고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선생의 뒤를 이어 전통사발을 빚고 있는 사기장이면서 오랫동안 우리나라 전통사발 연구에 매진해왔다. 일본 필자인 타니 아키라 씨는 노무라미술관 학예부장 겸 노무라문화재단 이사이자 일본 다도문화학회 회장으로 미술사와 다도문화사를 전공한 학자다.
특히 타나 아키라 씨는 최근 법기 도요지를 방문하는 등 여러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발에 대한 관심이 깊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사발에 관한 한 한ㆍ일 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두 전문가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책이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자기와 관련해 최초로 한ㆍ일 공동 작업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를 비롯해 대영박물관과 일본에 산재해 있는 우리나라 명품사발의 사진을 처음으로 모은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이제껏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 전통사발을 소개하면서 그 내력까지 소상히 밝히고 있다.
타니 아키라 씨는 일본이 임진왜란 전후 조선에서 가져온 사발을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대우하는 한편, 자신들이 좋아하는 조선사발이 일본의 미의식에 의해 재발견되고 또 많은 사발이 그들의 디자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하지만 신한균 씨는 이런 일본인의 시각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바로잡고 있다. 조선사발에 대한 일본 학자의 견해와 이에 대한 한국 사기장의 반론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신한균 씨는 일본의 성(姓)을 따 붙인 ‘이도다완’이란 일본식 이름 대신 황도(黃陶)사발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하고, 많은 일본식 사발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한편, 이 책에서는 각 사발에 얽힌 역사적 에피소드를 소개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책 표지에 나오는 츠츠이츠츠 이도다완을 토요토미에게 바쳐 자신의 목숨과 성(城)을 구한 다이묘, 카지에몽 이도다완을 소유한 사람마다 병을 앓게 되자 결국 절에 기증하게 됐다는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신한균 씨는 “우리의 잃어버린 차 문화와 잊혀진 전통사발을 되찾고자 기획했다”며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더 많은 차 문화를 즐기고, 도자기를 사랑하게 돼서 도자기 강국이라는 옛 명성을 다시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