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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대의와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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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와 명분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02호 입력 2009/10/20 09:51 수정 2009.10.20 09:52



지역신문간 불필요한 경쟁으로
선거토론회 파행된 책임져야
출석약속 저버린 후보자와 달리
신의로 나온 후보 행동 존중돼야


ⓒ 양산시민신문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난 기쁨 속에 강대국의 야욕을 알아채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광복의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을 때 백범 선생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삼팔선을 넘어 평양으로 향한다.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 하나로 이루지 못할 목표를 향해 결단에 찬 행보를 하였던 김구 선생의 업적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표본으로 대의를 이루고자 함이었다.

본지가 양산지역에서 제18대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을 초청한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했던 것은 유권자에게 올바른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공약을 점검하면서 실천의지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의미로 미리부터 계획되었다. 이번 양산재선거는 집권여당의 직전대표가 공천을 받고 출마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또한 노무현의 적자임을 내세우는 민주당 송인배 후보의 출마와 민주노동당의 전략공천으로 현 정부 대 지난 정부의 격돌 양상을 보이면서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까지 거론되는 큰 판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되었던 허범도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에 따라 재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또 다시 국민적 낭비와 출혈의 원인을 제공하는 재보궐선거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준비된 후보자 토론회는 9월 초 본지를 방문한 주요 예비후보에게 참석약속을 받고 난 직후부터 세부적인 준비에 착수하게 되었다. 본지는 양산대학과 공동개최 계획을 합의한 후 내부 관계자회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패널과 사회자를 섭외하였다. 추진세부일정에 따라 두 차례의 회의를 거쳐 후보자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을 준비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에 토론회 개최계획을 통보하고 후보 진영에 공식적인 참석요청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시가지 일대에 토론회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므로서 시민들에게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토론회는 예정된 날 열리지 못했다. 지역의 또 다른 언론사에서 본지에서 추진하고 있던 중간에 동일한 시간대에 토론회를 갖겠다면서 후보자들에게 참석을 강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선거와 관련해 적극 대항할 수 없는 후보자 신분을 이용하여 밀어붙이자 본지 주최 토론회에 참석을 약속했던 후보들 중 몇 사람이 불참하게 된 것이다. 본지가 준비한 토론회에 초청대상자는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획득한 모두 6명이었는데 약속대로 출석한 후보자는 민주당 송인배 후보와 무소속 김상걸 후보 두 사람뿐이었다. 본지는 두 후보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그들의 출석사실을 충분히 고지키로 하고 당일 토론회를 취소하였다. 다행히 다음날 새로 추진한 토론회에 4명의 후보가 출석하여 유권자를 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재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두 언론사가 소모적인 경쟁을 통해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토론회를 제공하는 기회를 함께 무산시킨 결과에 대하여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가 먼저 계획하고 후보자들의 참석약속을 받아 진행해 왔다고 하더라도 상대 언론사에서 중복된 일정으로 강행하는 것을 대화로 조정하지 못한 책임을 느낀다는 것이다.

선거토론회는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해 주어야하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사의 위신이나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세워 무리수를 둘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토론회를 할 시간이 꼭 그 시간만 있는 것도 아님에 굳이 동일한 시간대를 내세워 후보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시민들에게 완전한 정보제공을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에 두 언론사가 동시에 반성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본지 토론회에 자진해서 참석하겠노라고 서면으로 날인까지 했던 후보가 일언반구도 없이 다른 토론회에 참석해 스스로 신의를 저버린 행위도 파행이 예상된 토론회에 약속을 지키러 참석한 다른 두 후보와 비교하여 불신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무릇 큰 일에는 대의와 명분이 있다할 것이다. 비록 보상이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실행함으로서 충분한 것이니 모함과 질시의 배후를 모르지 않으면서도 평양길에 올랐던 백범 김구 선생의 행동은 진정한 민족정치인의 대의를 지킨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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