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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모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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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04호 입력 2009/11/03 09:23 수정 2009.11.03 09:23



최선을 다한 선거였기에
모두가 진정한 승자다
시민사회 갈등구조 풀고
이웃으로 돌아와야 할 터


ⓒ 양산시민신문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당선되면서 10.28 양산시 국회의원 재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집권당 대표 출신인 5선의 중진 정치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치를 다시 구현하고자 했던 젊은 정치인이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여기다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양수 전 의원과 민주노동당 전 대변인이 전략공천으로 출마해 격전을 벌였다.

이번 선거는 지역발전이냐, 정부의 중간평가냐, 지역의 자존심이냐를 놓고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후보마다 열심히 운동을 펼쳤지만 결과는 역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태 후보는 당선되면 국회의장이 유력하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상대 후보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지만 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집권당의 논리가 일단은 먹혀 들었다.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이번 재선거가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섯달 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연민과 동정의 마음이 남아있는 터에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혼연일치가 되어 선거운동을 폄으로써 그들 말마따나 ‘선거혁명’이 성공하지 않나하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집권당의 거목과 상대해 접전을 펼쳤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여덟 명의 후보들이 나서서 저마다 후회없는 선거운동을 전개하였기에 결과에 관계없이 그들은 모두 승자이다. 시민들은 이번 재선거를 통하여 지역의 자존심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고, 당장 시급한 지역의 현안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관철할 수 있을지 판단해 보았다. 노무현이 남기고 간 메시지에 대하여 회고하면서 서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가늠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후보자들은 모두가 양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 보였고 끝난 뒤에도 비록 당선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보내준 성원과 격려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선거 기간 중 불법 금권 선거 시비와 함께 서로 날을 세웠던 것은 사실이다. 관련 당사자 일부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직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선거운동원들끼리 비방의 정도가 우려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난 일이다. 두 달 가까이 우리네 이웃과 지역사회를 긴장시켜 온 선거판이 종료된 것이다. 경쟁할 당시 촉각을 세웠던 부분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무디어질 부분이 아니든가. 물론 선거법 위반 시비는 철저한 수사로 가려져야 하겠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 선거는 끝나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 남아 양산을 지키며 살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이웃으로 얼굴을 맞대며 정을 나누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경기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코리안시리즈 마지막 7차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기아와 SK, 두 팀 간의 최종 7차전에서 9회말 나지완 선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기아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날 마지막 SK의 투수로 등판한 채병용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부상자였다. 전날까지 1승 1세이브를 올려 이날 경기만 막아준다면 가장 강력한 MVP 후보가 될 수 있었는데 불의의 일격을 맞아 패전투수가 됐다. 내년에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를 아쉽게 놓친 채병용은 그러나 또 한 사람의 진정한 승자였다. 1백년이 넘는 메이저 리그 역사에서도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최종 결승경기에서의 끝내기 홈런으로 야구팬들은 대단한 경기를 접할 수 있었으며, 이긴 팀뿐만 아니라 진 팀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는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특히 각 후보 진영으로 나뉘어 반목해 왔던 사람들부터 축하와 격려,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시금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한다. 시민들도 갈등구조를 풀고 이웃으로 돌아와야 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열린 시의회에서도 어색한 만남이 생겨났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삭발까지 하면서 선거운동을 펼쳤던 몇몇 의원들과 입당하면서 오히려 한나라당을 적극 도왔던 의원들 모두 그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존중해 주면서 화해해 나가야 하겠다. 이제는 의회라는 민생의 현장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승자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두가 패자’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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