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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부모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오피니언

부모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06호 입력 2009/11/17 09:46 수정 2009.11.17 09:46



수능준비생보다 더 힘든 부모
끝났다고 마음 놓아선 안돼
무조건 받아주는 것보다
사회인으로서 소양 가르쳐야

ⓒ 양산시민신문
올해 대학입학을 원하는 수험생 60여만명이 차가운 날씨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신종플루 확산 여파로 2천700여명은 따로 분리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수험생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여러달 전부터 암자와 기도처를 전전하며 자식의 성취를 기원했던 부모는 고사장 밖에 머물면서 똑같은 마음졸임으로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언제부터인지 대졸 고학력자의 취업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학력인플레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 이유는 사교육 때문이라며 제각각 다른 처방을 쏟아내기도 했다. 극심한 눈치보기로 자신의 취향이나 능력은 불문하고 오로지 점수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고3 수험생은 아직도 집안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 부모는 거의 모든 일상의 패턴을 수험생 자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집안 대소사도 일정을 따로 조정할 정도이며 이는 나무랄 대상이 이미 아니다. 그러다 보니 수험생 본인은 그런 대우를 당연시하게 되며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의 환대와 편애로 보상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글판 ‘자녀교육서’를 펴낸 캐나다의 교육자 시드 캐슬러는 한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아이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와 함께 쓴 ‘보여지는 부모, 바라보는 자녀’에서 그는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하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반성하며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할 일은 자식들이 사회에 나가 훌륭한 한 사람으로 봉사할 수 있게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것과 함께 핵가족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개념이 퇴색하고 개인주의와 반사회적인 이기적 행동이 새로운 세대의 키워드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기주의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개인주의의 본질적인 개념은 그리 나쁘지 않다. 서양의 중요한 인간본성에도 타인으로부터 보호받는 개인의 권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예절이나 공중도덕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음식점에서 다른 손님 자리를 천방지축으로 뛰어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자녀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 도심의 산책로나 공원에서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면서 배설물을 방치하는 사람,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게임에 빠져 나무라는 교사에 대드는 아이들, 건널 신호가 아닌데도 거리낌없이 차 앞으로 뛰어 나오는 아이들, 기초적 질서가 깨어진 판국에 사회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차피 무리다.

이렇게 된 데는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 아이들은 부모가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그대로 습득하게 된다. 좋은 부모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식들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기대하면서 난동을 묵인하는 부모는 곧 그 댓가가 바로 자신에게 뒤통수치듯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좋은 대학 보내기가 만능이 아니다. 3년을 신주 떠받들듯 오로지 아이한테 전념하고 살았는데 막상 원하는 대학에 진학은 했지만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로 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후회하게 됐다는 부모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종합지원센터의 어머니 교육이나 가정폭력상담소가 매년 펼치는 아버지 교육은 그 의미가 크다할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자연발생적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탐구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케슬러 부부는 ‘자기가 남에게 베푼 만큼 돌아오고 해를 끼친 만큼 당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글로 썼다. 그것은 자신들이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체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오늘을 사는 부모들이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되돌아보고 자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수능 준비에 지친 아이들에 대한 보상으로 무조건적인 일탈과 방만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타인을 생각하며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언과 지도를 베푸는 것은 부모의 도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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