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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에너지 절약, 지도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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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지도층부터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07호 입력 2009/11/24 09:32 수정 2009.11.24 09:32



지구 온난화 대책으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나와
국민적 호응 이끌어내려면
정부ㆍ지도층 솔선수범 필요



ⓒ 양산시민신문
내복 입기 만으로도 한해 절약할 수 있는 돈이 1조4천억원이나 된다면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를 3℃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실내온도 유지에 드는 비용을 연간 가구당 9만원 가량을 아낄 수 있고 전국적으로 환산하면 그 정도 된다는 것이다.

다음달 초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했다.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과 대비해서 4%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배출전망치와 대비해서는 30%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녹색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강도 높은 목표를 설정한데는 내년도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라는 자부심도 배경이 된 것 같다.

당장 지금 발표한 목표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업대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부담할 경우 국민들에게 바로 영향이 올 거라는 걱정이다. 공장설비의 신설이나 증설도 지장을 받게 되므로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가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에 정책을 경주하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불가피한 일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지금부터 줄여가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선진국들과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서 국제사회의 감축 압력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 때 가서 한꺼번에 감축하는 것은 국가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1997년 일본은 교토에서 유엔 기후협약 총회를 열면서 개최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제 평균보다 많은 감축 목표를 발표하였지만 10년 뒤 오히려 늘어나는 바람에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일본은 줄이지 못한 온실가스때문에 매년 25조원 가량의 환경세를 거두어 탄소배출권을 사서 충당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일본이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한 이유가 산업계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의외로 가정에서 감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충격적이다. 검소하기로 이름난 일본 국민들이 가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것은 발달하는 물질문명의 홍수속에서 에너지 절약이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정부나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에 대해 걱정하고 동참을 호소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변화로 인해 자연의 재앙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방법이 있다면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태껏 중요한 정부시책의 추진과정에서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이른바 상류층의 특권의식 때문에 위화감이 조성돼 왔던 전례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와 관련해서 환경부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포인트 제도의 시행에도 국민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지도층 인사들의 가시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

자가용 부제 운행을 할 때면 차를 두 대 사서 번갈아 타면 되고, 유류파동으로 섬머타임을 실시할 때 오히려 소비를 부추기는가 하면, 관공서나 금융기관, 공기업 건물에서 냉ㆍ난방비를 물쓰듯 쓰는 행태는 더 이상 묵과해서 안된다. 가정에서 전기 사용을 10% 줄여 탄소포인트도 받고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막상 시청 사무실에서는 한겨울에도 반팔 차림으로 업무를 볼 정도로 뜨끈한 난방을 한다면 정책은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복입고 회의에 참석하는 마당에 올 겨울 20도 이상 난방을 가동하는 강심장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 전 중부동의 한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협조속에 전기사용량을 크게 줄여 ‘우수 녹색 아파트’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지난 IMF 구제금융 시절 금모으기에 보여주었던 저력을 떠올렸다. 우리 국민들은 심정적 동감을 얻었을 때 고통을 나누고 희생을 감수하는 결속력이 대단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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