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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새벽출근하는 국장들
오피니언

새벽출근하는 국장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10호 입력 2009/12/15 09:12 수정 2009.12.15 09:12



오 시장 사후 몰리는 비판
너 나 없이 책임감 느껴야
권력기생형 공직자 안 돼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 필요

ⓒ 양산시민신문
오 시장의 급작스러운 자살로 인해 공직사회와 지역이 모두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2009년도 기관청렴도 조사결과에서 양산시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 최하위 그룹으로 평가되었다.

그런가 하면 연말 공직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오 시장 재임시에 명퇴 조건부 약속을 하면서 사무관에 임용되었던 한 간부공무원이 돌연 명예퇴직 신청의 철회를 하고 나서면서 내부 조직에서 큰 반향이 감지되고 있다. 또 시의회에서는 오 시장의 사후 처음으로 열린 사무감사와 2010년 당초예산 심의 과정에서 그동안 칼만 갈아왔다는 듯 각종 사업의 과다, 부당사항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고 선심성 사업이나 무계획적인 주먹구구식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최근 몇년 동안 양산시는 기관청렴도 부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권익위원회의 청렴도의 평가에는 시청을 드나드는 민원인들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만 적용됐는데 과거 기관 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청렴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이미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하는 것은 지휘관이나 간부공무원들의 직무공정성에 현저한 결격이 있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양산시의 내부통신망에 자주 거론되는 자체비판의 내용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한 내부통신망 기고자는 신뢰받는 시정을 기대하며 올린 글에서, ‘양산타워 높이는 시민들 원성의 높이요/ 구름다리 교각 굵기는 시민들 가슴의 응어리요/ 빽빽하게 심은 나무는 시민들의 답답한 가슴/ 수많은 나무를 벌목하고 들어선 골프장은 시민의 가슴에 암이로다/ 시민들의 눈물이 양산천 분수처럼 치솟는다’고 표현했다.

5년 이상 집행부의 수장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온 오 시장의 죽음 이후 우리는 ‘급변하는 인심’과 ‘맹수가 떠난 숲’의 비정한 세태를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시장권한대행을 맡게 된 안기섭 부시장은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6개월 동안 해이해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 단체장의 유고로 인한 시정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 안 시장권한대행은 실ㆍ국장급 고위간부들부터 다잡고 나섰다. 일반 직원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업무를 챙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솔선수범을 통해 윗물이 맑고 건강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시의원들에게도 보다 많은 협조를 당부했다. 사소한 정쟁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를 보고 큰 틀에서 필요한 사업은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에 앞서 기관청렴도 조사에서 부끄러운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모든 공직자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의식의 전환과 시스템 정비에 나서 시민들에게 정성으로 다가가는 자세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안 대행은 한 기업체의 공장설립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의 안일한 대응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예로 들면서 민원인들의 입장에서 걱정하고 해답을 찾아주는 전향적인 노력이 절대로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 시장 재임 5년 동안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었던 고위직 승진인사의 잘못된 관행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공직사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관급 이상으로 승진하려는 장기근속자들이 승진과 동시에 기한을 정해 명예퇴직을 강요받는다면 그동안 국가차원에서 많은 돈을 들여 육성한 두뇌와 경험을 쉽사리 잃어버리는 결과에 다름 아니다. 또 열심히 일해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로 법질서가 위협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자신의 임기에 충실하면서 보수나 소관, 신상필벌에 공정성을 담보받을 때 소신있게 직무에 임할 수 있다. 임용권자의 눈에 들기 위해 직권남용을 한다거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짜내면서 혈세를 낭비케 하는 권력기생형 자세는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된다.

‘심기일전(心機一轉)’이라는 말이 있다. 정식으로 이끌어나갈 단체장의 선출은 아직 반년이나 남았지만 그동안 양산시 소속 공직자들은 누가 시장으로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내부에서나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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