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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안종길의 귀환
오피니언

안종길의 귀환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11호 입력 2009/12/22 10:23 수정 2009.12.22 10:23



불행했던 지역 정치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깨끗함과 단호함 겸비한
비전 가진 지도자 나와야


ⓒ 양산시민신문
2000년대 들어 故 오근섭 전 시장과 함께 지역 정가를 분할했던 한 축인 안종길 전 시장이 돌아온다. 6년이 넘는 긴 세월을 영어(囹圄)의 몸으로 살아 온 그가 성탄절 특사로 풀려나게 됐다는 소식은 잠시 겨울 추위를 잊게 해준다.

한국 근대정치사에서 김영삼의 상도동계와 김대중의 동교동계가 민주화투쟁 현장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면서 번갈아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처럼 작게는 우리 지역에서도 두 사람 간의 인생역정이 늘 비교 또는 대립되면서 지방자치시대에 큰 영향력을 끼쳐왔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95년 6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자유당의 기초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무소속 손유섭 후보에 일격을 맞고 낙선한 안종길은 3년 뒤 무소속으로 다시 도전해 오근섭과 일전을 벌였다. 당시 개표결과를 보면 박빙의 승부라는 것이 느껴진다. 무소속 안종길 1만6천580표, 무소속 오근섭 1만5천999표, 한나라당 주철주 1만4천773표로 5백여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안종길이 당선된 것이다.

안종길이 오근섭과 두 번째 맞붙은 것은 2002년 제3회 동시지방선거에서였다.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부터 격렬하게 대립한 결과 안종길이 공천을 획득하였고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근섭과 진검승부에서 4천여표의 제법 큰 차이로 재선하게 된다. 하지만 안종길은 시장 재임 중 수뢰혐의로 사법처리를 받게 되고 시장직 상실에 따라 2004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오근섭이 당선돼 안종길의 뒤를 이어 단체장 자리에 올랐다.

오근섭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화로비 사건’으로 상처를 입고도 한나라당 윤장우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재임에 성공해 탄탄대로를 가는 듯 했지만 계속되는 비리 의혹과 잡음 속에 지난 달 검찰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한 시대를 마감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청춘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이지만 서로 나란히 활동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서로의 진로나 추구하는 방향이 크게 달랐기에 함께하는 일도 없었지만 서로 다툴 일도 없었다. 오근섭이 일찍부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재산을 모아나갔다면 안종길은 제대로 교육받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건설사업을 통해 부를 쌓아나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지역정가의 맹주로 떠오른 두 사람의 판이한 성장과정에서 보듯 항상 반목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자리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한 사람은 오랜 수감생활에서 지친 모습으로, 또 한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피안의 세계로 떠나버린 것이다. 참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의 사망 이후 지역정가에서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재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의 진영에서 나름 충성을 다했던 기성 정치인을 비롯해 참신성을 내세우며 새로이 얼굴을 내미는 젊은 후보까지 저마다 큰 뜻을 품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고들 있다.
개중에는 안종길의 귀환에 따라 지난 시절 그를 따르던 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을까 하고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오 시장의 비보가 시민들에게 비판적으로 인식되는 부분도 없지 않기에 이에 반하는 민심을 얻고자 먼저 등을 돌리는 행위도 크게 비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살아있을 때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충성했지만 시중의 반응이 그게 아니라면 언제라도 급변할 준비는 되어 있을테니까.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들이 과연 시민들의 편에 서서 지역을 생각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공천만 받는다면 맨 땅에 머리를 받더라도 당선될 자신이 있다면,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무소속 출마자의 당선이 몇 차례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민심이란 참으로 신기해서 늘 생각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는데 그 매력이 있다. 안종길 전 시장도 아마 느낄 것이다. 힘들고 지친 그 분이 다시 용맹정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괜히 주변에서 흔들어 불필요한 잡음을 내서는 안되겠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권력형 비리를 불식시키는 의지와 함께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비전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 준다면 그건 양산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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