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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웅상의 히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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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의 히든 카드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13호 입력 2010/01/05 16:36 수정 2010.01.05 04:36



ⓒ 양산시민신문
가을에는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속어는 가을철 전어가 특히 맛있고 영양도 많다는 강조어이지만 뒤집어보면 집나간 며느리가 다시 돌아올 때는 그만한 명분이 주어져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아 재미있다. 먹을 걸 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보면 안 주고는 못 배기는 것처럼 정치라는 것도 결국 주민들의 요구를 얼마만큼 들어주는가 하는 것 아니겠는가.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국가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경제외교가 홈런을 치면서 새해 예산안의 여당단독 강행처리도 동정을 얻었고,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의 지도력이 새삼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지만 어떤 방향이든지 국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리라 믿는다.

지난 연말 들뜬 사회분위기 속에서 웅상지역 행정구역개편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돼 조용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웅상발전협의회가 울산대학교에 의뢰해서 수행한 용역의 내용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주장되어온 방향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최근 정부 차원에서의 행정체제 개편 움직임과 마산ㆍ창원ㆍ진해의 통합 추진과 관련해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보고서는 생활권과 경제권을 우선 고려한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행정구역이라는 것이 결국은 주민들의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라 한다면 주민정서를 파악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웅상지역 즉 서창ㆍ소주ㆍ평산ㆍ덕계 4개동 주민들은 60% 이상이 양산과 분리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의견은 ‘웅상지역만 부산 편입’, ‘웅상만의 시 승격’, ‘웅상지역만 울산 편입’ 등으로 나뉘었지만 양산시의 한 부분으로 소속감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양산시가 웅상출장소를 설치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 웅상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음에도 주민정서를 흡입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다.

웅상지역 주민들이 특히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역시 여가문화시설의 부족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위락시설, 의료시설, 복지, 교육시설 순이었다. 또 지역생활 중에서는 행정관련과 교통접근성이 불만족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주민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단연 노포~웅상간 전철 연장이었고, 교육환경 개선이 그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웅상지역 행정구역 개편방안을 제시하면서 현행법상 웅상지역이 양산과 분리되어 부산이나 울산에 편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국가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난관을 해소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내다보았다.

문제는 이러한 용역이 왜 진행되었으며, 왜 뜬금없이 부산이나 울산으로 가야겠다고 나서느냐 하는 점이다. 어차피 웅상지역은 국도7호선을 간선으로 하여 부산~울산을 연결하는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값싼 주거비용으로 대도시의 베드타운 기능이 강화되면서 인구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하자면 웅상 토박이가 10%대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이주가 많다보니 지역의 정체성이나 전통에 대한 밀착보다는 주거의 편의성이나 문화생활의 영위에 요구가 많은게 당연하다. 이들은 양산시민으로서의 의무만 강요하지 말고 문화, 교육, 복지,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상응하는 대우를 받기 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에게도 지하철유치 등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해 달라는 일관된 요구를 내놓고 있다. 연초에 웅상과 양산을 잇는 법기터널이 개통돼 물리적인 거리감이 크게 줄어들게 됐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유대감이요, 역대 대대로 군수나 시장 한 번 배출하지 못한 소외감을 언제 한 번 털어보느냐 하는 것이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보다 많은 주민들의 요구가 나올 것이지만 이 시점에 웅상지역에서 ‘자꾸 홀대하면 가출하고 말겠다’고 아이들처럼 떼를 쓰고 나오는 것은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지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시 당국이나 주변의 행정기관에서 더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책을 강구해라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우는 아이한테 젖 물린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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