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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피하지 못할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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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 못할 부메랑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17호 입력 2010/02/02 10:14 수정 2010.02.02 10:14



선거빚이 수뢰의 원인이라니
 
ⓒ 양산시민신문 

‘돈 선거’ 폐해는 끝이 없어
이제는 유권자 적극 나서
제대로 된 지도자 뽑아야 해


울산지방검찰청의 오근섭 전 시장 수뢰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지상에 보도된 후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2004년 보궐선거 당선 뒤 남은 빚이 60억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결국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명리를 모두 잃어버린 것을 두고 ‘돈을 좇는 자 돈에 망한다’는 진리를 새삼 떠올렸다.

또한 30년 이상 호형호제하던 측근 인사가 오 시장의 약점을 이용해 뇌물로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 난감해 하기도 했다. 시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서도 대부분의 기고자들은 오 시장의 전횡을 방조하고 묵인한 공직사회 내부 문제를 반성하며 이번에야말로 양산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며칠 뒤 열린 본지 지면평가회의에서도 오 시장의 선거 빚 얘기가 도마에 올랐다. 많은 돈을 들여 당선되었으니 본전 찾을 생각에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에 알려진대로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24억원을 받아 빚 일부를 갚았다지만 계속 시장직에 있었다면 어떻게든 빚을 다 갚으려 했을 것이고 3선에 도전하기 위해 더 큰 돈을 끌어댔을 거라는 탄식도 나왔다.

오 시장의 비리와 관련해 중앙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할 만큼 사회적 반향이 작지 않다. 이 참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유지시키고 있는 정당공천제는 고비용 선거의 배경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후보자는 위로는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당에 특별한 기여를 해야 하고, 아래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자 막대한 투자를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과다한 출혈로 획득한 자리다 보니 당선만 되면 ‘시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구호는 간데 없고 토착비리의 사슬에 엮이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의 악순환 구조도 짚어봄직 하다. 시장에 당선되기까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당선에 일조한 후원자들이 당선자에게 빚 받아내듯 반대급부를 원하는 악습이 사라지지 않으면 토착비리는 척결될 수 없다. 그것이 사업적 특혜든 감투든, 금전적 이득이든 불문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바이러스가 된다.

보다 큰 눈으로 바라보면 그것은 하나의 부메랑이다. 던진 사람을 향해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 부당하게 얻은 자리나 재산은 필경 그 대가를 치르도록 역사는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다.

뜻있는 시민들은 이야기한다. 이제는 유권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구태에 물든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후보자를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진 지난 10여년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의식과 선거 시스템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4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지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체장 선택의 기준을 알아보았다. 가장 많은 답변이 도덕성이었고 정치·행정 능력과 정책·공약이 뒤를 이었다. 그 때 선거에서 뽑은 시장이 오근섭이다. 표심의 향방은 알 수가 없어 말은 도덕성과 행정 능력을 우선시하면서 결과는 상반되게 나온 것이다. 오 시장의 오명은 결국 유권자인 시민이 감수해야 하는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 단체장의 능력은 도덕성과 책임감, 그리고 통솔력으로 가늠되어야 한다. 여기에 지역사랑과 미래의 비전이 덧붙여져야 진정한 지방자치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추종을 얻어내려면 우선 본인의 깨끗한 의지를 인정받아야 하고 향토애에 기초한 책임감이 굳건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력이야말로 지자체를 이끌어나가는 통솔력의 근간이 된다.

많은 시민들이 양산이 비리의 온상으로 회자되는 것에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올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우리는 스스로가 토착비리의 가담자 내지는 방관자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돈보다는 정책을 앞세우는 메니페스토 운동을 적극 활성화하고 당선되고 나면 독립적으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영원히 치욕의 부메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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