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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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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사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18호 입력 2010/02/09 10:18 수정 2010.02.09 10:18



 
ⓒ 양산시민신문 
오 시장 모시던 비서실장
아직도 근무 계속해 빈축
차기 시장 부담주면 안돼
스스로 용퇴 결단 내려야


2월 1일자 양산시 인사 명단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가 주군처럼 모시던 오근섭 전 시장이 타계한지 두 달이 훨씬 지난 지금, 49재까지 치러진 마당에 고인과 진퇴를 함께해야 할 사람이 신변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 내부에서조차도 노골적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업무 감독이나 지휘가 어려운 서울사무소로 옮겨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그는 이 아무개 전 시장 비서실장이다.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시장 비서실장 자리는 당선자가 측근 인사를 임용하기 편하도록 별정직으로 정해 놓았다. 별정직으로 만든 배경은 일반공무원의 임용규정에 적용받지 않으면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인데 시장 당선자가 측근 인사를 임용하기 쉽게 한 것이다. 시장이 물러나면 당연히 비서실장 자리도 공석이 되었다가 새로운 주인이 새 사람을 임명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오 시장의 사망 이후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의 운신이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비서실장이 누구인가. 이미 2002년 시장선거 이전부터 오 시장의 참모로서, 수행비서로서, 최측근으로 보좌해 온 사람이다. 오 시장이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비서실장에 임명돼 선거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근무해 온 그는 시 행정조직의 일원이라기 보다 오 시장의 수족으로 한 사람을 위해 일해 온 사람이었다. 그동안 주위에서는 시장의 그림자로 충성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지방정치에 나설 포부를 가진 인물로 추측하면서 눈여겨 보기도 했다.

2008년 국회의원선거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김양수 의원의 공천 탈락과 허범도 후보의 낙하산 공천으로 지역 여론이 분분할 때 오 시장은 비록 한나라당을 탈당한 몸이었지만 재기를 위해 허범도를 선택했고, 이 비서실장을 사직케 한 뒤 허 후보 선거캠프로 보냈다. 공직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할 만 했지만 오 시장은 개의치 않고 승부수를 던졌다. 비록 오 시장의 바람대로 허 후보 진영에서 이 비서실장의 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허 후보의 당선으로 목적이 달성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선거 이후 이 비서실장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졌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로 일하기를 원했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시청으로 다시 들어가기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것은 역시 오 시장이었다. 오 시장은 주위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다시 비서실장으로 복직시켰다. 참으로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둘 사이의 끈끈한 ‘주인과 심복’ 관계는 분명 남다른 의리로 뭉쳐 있는 듯 하다.

문제는 공직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오 시장의 영결식과 함께 물러났어야 한다. 아쉬움이 남았다면 49재를 마친 날 홀연히 야인으로 돌아갔어야 한다. 시장이 없는 비서실에 무슨 할 일이 남았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며 눌러앉아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정규직의 자리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사무소로 보내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자진해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몇 번이나 무리한 수를 두어가며 그를 챙겼는데 정작 본인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자신이 모시던 윗사람의 명예에 흠집을 내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개인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아니다. 6월 선거 전까지만이라도 근무하게 해 달라고 했다는데 저의가 의심스럽다. 또 다른 선거 진영에 선을 대어서 자리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인지 궁금하다.

시장권한대행이 단행한 이번 인사는 직제 조정과 고위직 명예퇴직 등의 요인이 발생해 이루어졌지만 차기 시장의 재량을 위해 인사 폭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비서실장 처리 문제는 충분히 설득해서 원만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했다. 새 시장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시 행정수요가 날로 늘어나지만 총액임금제의 규정에 묶여 증원이 어려운 마당에 아까운 혈세를 불필요한 자리 보전의 댓가로 지불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이 실장은 더 이상 구차하게 주위의 시선을 외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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