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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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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19호 입력 2010/02/23 10:02 수정 2010.02.23 10:02



 
ⓒ 양산시민신문 
고비용 사교육 문제 심각
개천에서 용 나오지 않아
교육예산 효율적 집행으로
우수학생 발굴해 키워야


1970~80년대 학부모들은 등골 빠지게 일해서 아이들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대학이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리게 된 이면에는 아끼던 황소를 팔아 자식의 대학 등록금으로 충당한 아픈 사연이 있다. 그 때의 부모들은 자신의 고생은 뒷전이고 오로지 자식이 고등교육을 받아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떤 희생도 감수했던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이 형설지공으로 공부에 전념하여 판, 검사가 되고 교수가 되어 부모의 은공에 보답한다는 얘기는 아주 흔한 인생드라마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학력과 출세마저도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현상이 심화돼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필두로 고교평준화가 시행됐다. 전국의 일부 명문고등학교에서 우수한 대학을 독식하는 폐단을 없애고 사교육을 줄인다는 취지로 시작된 고교평준화 시책은 중학교까지 내려가 시행되면서 대학입시제도도 해마다 변화와 개선을 거듭해 왔다.

정부의 공교육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교육현장은 사교육의 거대한 파도에 굴복한 모습이다. 또 새롭게 태어난 각종 특수목적고와 자율이라는 이름을 붙인 신흥 명문고등학교가 과거 평준화 이전의 명문학교 흉내를 내고 있다. 우리 지역처럼 대도시 선호가 우세한 곳에서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외부로 유학가는 일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역내 고등학교의 학력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게 되고 낮은 학력수준을 이유로 진학을 원치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전부터 우리 고장의 교육을 걱정하고 질을 높여보자는 교육계의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 ‘내 고장 학교 보내기’운동을 시작으로 자치행정기관과 교육계, 시민사회가 서로 협력해 좋은 학교 만들기와 우수인재 유출 방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 인재육성장학재단이 설립돼 지역내 진학하는 우수학생과 우수대학 입학생에 대한 장학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속에서 얼마 전 박희태 국회의원과 양산교육청이 공동으로 ‘교육이 강한 양산 만들기’라는 토론회를 개최해 시민의 관심을 모았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우리 지역 교육현장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 뒤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토론장을 가득 메운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학교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신뢰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외지의 특별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기대만큼 대학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자료도 제시되었다. 무조건적인 대도시 편향의식과 이름에 현혹된 유학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나 교육청의 교육지원예산의 효율적인 사용과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교육이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고 ‘공부의 신’ 만들기가 본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심정에 부합하기 위한 성적 올리기가 학교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 본다면 이날 주제가 우수한 학생 키우는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패널로 나왔던 한 고등학교 교장의 제안은 귀담아 들을만 했다. 학교별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각 학교 우수교사로 구성된 특별 방과후수업을 받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위해서 시나 장학재단에서 매년 2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말하자면 ‘떡잎이 남다른’ 학생에 대한 특별과외를 공교육에서 담당해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도 우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인접해 있는 네 고등학교가 각 학교 최우수 학생을 모아 우수교사가 공동지도하는 ‘공부의 신 만들기 실험’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방식은 학생들의 경쟁을 불러 일으켜 학습효과를 높이고, 교사들끼리 좋은 강의법을 서로 배워 활용하는 장점이 있다. 학교의 자발적인 노력에 관할 구청이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교육에 대한 예산 지원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과후수업 형태의 특별교육방식도 학력 향상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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