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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약한 아이 만드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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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약한 아이 만드는 학교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22호 입력 2010/03/16 10:33 수정 2010.03.16 10:32



 
ⓒ 양산시민신문 
4cm 눈에 휴교하는 학교
나약하고 소극적인 아이 만들어
아낄수록 험하게 키운 선조들
인생의 자기결정력 배양시켜

지난 10일 지역 내 대부분의 초ㆍ중학교가 휴교 조치를 내렸다. 전날 밤 폭설로 인한 경남도교육청의 지시 때문이라지만 33곳의 초등학교 중에서 28개 학교가, 중학교는 14곳 중 12곳이 휴교했다고 한다. 학교장의 판단으로 휴교를 하지 않은 학교는 초등학교 중에서 신도시에 위치한 4곳과 하북면의 용연초등학교가 전부다. 중학교는 양산여중과 서창중학교가 정상 수업을 했다.

양산시재해대책본부의 공식 집계상 4cm의 적설량을 보인 봄눈 소식에 대부분의 학교들이 손을 들고 만 형국이다. 아침에 깬 시민들은 창 밖의 진풍경에 환호하면서 출근길을 서둘렀다. 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새벽 6시에 발령된 비상근무령을 받고 간선도로의 눈 치우기 작업에 동원돼 구슬땀을 흘렸다. 덕분에 시 외곽에서 들어오는 주요 도로의 소통이 별 탈 없이 이루어졌고 걱정했던 만큼의 출근대란은 없었다고 한다.

오전 8시를 전후해서 마을 확성기를 통해 초ㆍ중학교 휴교 소식이 발표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의 강설에 학교 문을 닫다니, 등굣길이 멀고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중ㆍ고등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치더라도 대부분 걸어서 등교하는 초등학교에서 휴교할 만큼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7시께 지역방송에서 경남도내 초ㆍ중학교의 휴교 소식이 먼저 알려졌다. 경남도교육청에서 휴교 방침을 정하고 가장 빠른 전파매체인 방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하 양산시교육청에 하달된 것은 오전 9시가 넘어서였다. 방송을 접한 각 학교에서 문의가 잇따르자 시교육청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자체 판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미 도교육청의 일괄 휴교 방침을 들은 학교장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휴교를 결정했던 것이다.

의외의 휴교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적지않이 당황했다. 출근을 서두르던 맞벌이 부모들은 갑자기 갈 데가 없어진 자녀들을 조치하느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대부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문을 닫은 터라 난감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경남 지방에서도 특히 양산지역은 눈이 내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시민들은 최근 중부와 영동지방에 계속된 폭설 소식에 동정은 하면서도 내심 우리는 언제 저런 눈 구경 한 번 해 보나 부러워 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행정당국이나 학교 관계자들이 등굣길 아이들의 사고라도 날까봐 지레 겁을 먹고 휴교라는 가장 손쉬운 안전대책을 생각하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50세가 넘은 중ㆍ장년층은 어린 시절 책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눈 덮인 산길을 걸어 학교로 가던 추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지금은 양산대학이 들어서서 오지라는 인식을 주지 않고 있지만 4, 50년 전의 명곡동은 양산초등학교까지 10리 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여름이면 가끔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기도 하고 오전 수업만 하고 일찍 돌려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등굣길 중간 쯤인 지금의 병풍바위 근처의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호우로 물이 넘치면 아예 건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아침에 나와 공부를 하다가도 빗줄기가 굵어지면 선생님이 명곡 아이들을 불러내 먼저 귀가하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겨울은 사정이 나았다. 꽁꽁 얼어붙은 개울은 썰매를 지치기에 최고여서 간혹 학교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얼음판에서 놀다 혼이 나곤 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8, 90년대 이후 핵가족 시대의 개막과 함께 자녀를 많이 낳지 않게 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과잉보호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교육의 영향이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어렵고 험한 일은 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욕구는 팽배한 젊은 세대들을 키운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조그마한 난관에 봉착해도 맞붙어 이겨낼 생각을 하지않고 피하거나 포기하고 마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추위에 튼 손을 호호 불어가며 들판에서 뛰어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자식을 아낄수록 더욱 험하게 키우라고 하지 않는가. 눈길에 발자국을 내며 학교로 가 선생님과 친구들이 교정에서 눈싸움을 하고 뛰놀다가 가면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될 것인가.

휴교 조치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은 대부분 동네 PC방이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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