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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의원 기호 추첨 복불복(福不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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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의원 기호 추첨 복불복(福不福)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29호 입력 2010/05/04 09:55 수정 2010.05.04 09:55



 
ⓒ 양산시민신문 
한나라당 시의원 후보 많아
기호 추첨으로 희비 엇갈려
시민 대신할 머슴 뽑는데
제대로 살피는 건 우리 몫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나라당 시장 후보로 조문관 전 도의원이 공천을 받아 환호작약하던 날 하루 전에 한나라당 사무실에서는 지극히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최근 인기있는 예능프로인 ‘1박2일’의 유명 코너인 ‘복불복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추첨행사가 바로 그것. 시의원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통보할 기호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중선거구제가 시행되는 기초의원 지역구는 양산의 경우 6개의 선거구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가’선거구에서는 3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나머지 다섯 선거구에서는 각각 두 명의 의원을 뽑게 된다. 한나라당은 다수당이므로 1번을 부여받지만 모든 선거구에서 선출 정수만큼 후보를 공천하였기에 투표용지에 기재될 후보자별 기호가 1-가, 혹은 1-나, 1-다 하는 식으로 개별 지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다른 당에서도 한 선거구에 복수의 후보를 추천할 때에는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지난번 선거 때만 해도 후보자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순번을 정하였기에 싫어도 조상 탓으로 돌리고 받아들여야 했지만 이번에는 선관위에서 각 정당에 결정권을 주었기에 문제가 달라진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투표문화나 행태에 있어 그 지역정서에 부합하는 주요 정당의 순서에 따라 ‘묻지마’ 기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곳에는 투표용지에 한나라당 순서와 같은 자리에 있는 후보가 일단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4년 전 지방선거 교육감선거에서 1번을 받았던 후보가 2번을 받은 후보에게 패하면서 번호를 크게 원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에는 열린우리당이 1번이고 2번이 한나라당이었다.

우리 지역은 이전의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편향이 심하게 나타난 곳이다. 따라서 시의원 후보로서는 기왕이면 투표용지 맨 위에 자리하는 ‘1-가’를 배정받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당의 입장에서는 가장 공정한 선택방법으로 제비뽑기 방식을 택하게 됐고, 운에 따라서 야외취침의 벌칙이 주어지는 ‘복불복 게임’이 자행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중선거구제의 특성이다. 중선거구제도는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내는 제도인데 원래 취지는 약소정당의 의회 진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나라당 강세지역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도 당선되고,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도 당선돼, 일종의 지역색을 타파하자는 것인데 우리 지역에서는 주로 무소속 후보의 약진에 일조를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선거구는 모두 4개였는데 모든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 1명씩이 낙선한 것이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우선 유권자의 심리에 기인한다. 한 후보가 그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당에 대한 지지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잘 배분되어야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 성향이긴 해도 후보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을 때는 선택에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같은 당 후보라 해도 그들이 다 당선되도록 표를 나누어 찍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한나라당의 기호인 1번과 같은 자리인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이 올리고 싶지 않겠는가.

이렇듯 중요한 선거에 있어서 무작위에 의한 기호 순에 의해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은 법의 한계이자 모순이다.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등 정당과 상관없는 대상에 있어서도 1번만 받으면 해볼만 하다는 해괴한 논리가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선택은 유권자 몫이다. 4~50년 전 처럼 국민의 수준이 비교적 낮을 때는 글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해서 집권당이 유리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한 당에서 둘이 나왔건 셋이 나왔건 찍을 사람은 하나이니 제대로 살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저것 생각도 않고 번호만 보고 붓뚜껍을 눌러서야 되겠는가. 확실하게 알고 찍어야 나중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의원은 바로 우리들의 대리인이다. 생업에 바쁜 시민을 대신해서 단체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제대로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의 머슴’인 셈이다. 신체는 건장한지, 게으름을 피울 사람은 아닌지, 말만 앞세우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

누군지도 모르고 찍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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