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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장애인전용목욕탕이 꼭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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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데스크칼럼]장애인전용목욕탕이 꼭 필요한 이유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30호 입력 2010/05/11 10:43 수정 2010.05.11 10:42



 
ⓒ 양산시민신문 
장애인도 몸 청결할 권리
구호성 지원보다 실질 도움
장애인 전용 공간 만들어
건강과 행복 찾아 주어야


물금신도시에 사는 주부 윤아무개 씨는 매주 수요일 아침에 구도심에 있는 친정을 찾는다.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정신지체장애인 언니를 목욕탕에 모시고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인근에 있는 대중목욕탕에 가면 우선 들어가는 입구부터 힘이 든다. 대부분의 목욕탕이 2층에 위치해 계단을 이용해야 하고 탕 안에 들어가서도 욕조의 턱이 높아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목욕을 하는 동안에도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 오래 있고 싶지 않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장애인들은 누구보다도 더 자신을 청결하게 가꾸고 싶어 하지만 사회적 시설의 부족으로 원하는 만큼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목욕할 수 있는 전용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쾌적한 시설에서 자유로이 등을 밀 수 있는 목욕의 사치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목욕탕에 가게 되면 비장애인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 한다. 장애인들은 스스로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데다가 비장애인의 눈치를 보면서 더욱 주눅이 든다는 소리다. 따라서 다소 가벼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중목욕탕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양산에는 1만명 이상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그 중 2천600명은 활동이 극히 어려운 중증장애인이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활동보조인을 두고 있다. 양산시장애인총연합회에서는 최근 지속적으로 장애인전용목욕탕 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시와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도부가 시의원과 함께 도내 타 시ㆍ군의 전용목욕탕 실태를 둘러보기도 했다.

인구 5만도 되지 않는 서부경남의 오지 함양군의 장애인복지회관 내에는 1층에 남녀 전용목욕탕이 있고 2층에는 장애인 물리치료실과 헬스장이 마련돼 있다. 1주일에 네 번 운영되는 목욕탕에 하루 200명 정도가 이용한다고 한다. 목욕과 함께 마사지와 운동을 즐기고, 처지가 같은 장애인들끼리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이러한 공간은 장애인들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게 둘러본 인사들의 하나 같은 감상이었다. 이 밖에도 고성군이 전용목욕탕을 운영하고 있고, 김해와 진해시에서는 일반 목욕탕을 임대해 주 1회 장애인전용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 제30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김창국 장애인총연합회장은 장애인전용목욕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시와 의회를 왔다갔다하며 사업의 관철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 회장은 얼마 전 본사 주최 유권자간담회에서도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자활 작업장과 장애인복지회관 건립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이 장애인전용목욕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양산시에서는 장애인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에 부응하여 필요한 조치를 계획하고 나섰다. 어곡동에 건립 중인 주민편의시설 내의 목욕탕을 주 1회 휴무일을 이용하여 장애인전용목욕탕으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애인사회에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나섰다. 첫째 내부 시설물의 개선이다. 출입구는 남탕과 여탕이 모두 1층이라 어려움이 없지만 탕 안에 있는 욕조의 높이가 설계상 85cm나 되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만큼 안전한 높이로 변경ㆍ시공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 수송 편의를 요구했다. 하북, 원동면이나 웅상지역 등 원격지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동용 교통수단이 필요한데 현재 지역 내 휠체어택시는 협회와 시를 합해 10대에 불과하므로 매주 한 번 시청 대형버스를 운행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정책은 보다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구호적, 선심성 현금 위주 지원은 주는 측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활을 위한 보조적 수단, 또는 그들의 아프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머리를 써야 한다.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드나들면서 그들만의 사교를 즐기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거나 지켜갈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장애인복지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 입후보자들의 공약에서 꼭 한 번 챙겨봐야 할 항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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