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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고귀한 도덕성과 비전을 가진 후보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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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귀한 도덕성과 비전을 가진 후보를 찾자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33호 입력 2010/05/31 09:48 수정 2010.05.31 09:48



 
ⓒ 양산시민신문 
고귀한 도덕성을 기본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 갖추어야
세계속에 거듭나는 양산의
발전과 번영 이끌 수 있어

한 달 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로댕의 조각 작품들 가운데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 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깔레의 시민’이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 때 일이다. 프랑스 해안도시 깔레는 영국왕 에드워드 3세의 공격을 받았으나 1년 가까이 저항하다 끝내는 식량이 떨어져 항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영국왕은 시민들 중 여섯 명이 자진해서 목을 내놓아야 나머지 시민들을 살려 주겠노라고 통첩한다.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두가 탄식하고 있을 때 깔레의 제일가는 부호인 외스타슈 생 피에르가 가장 먼저 희생양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어서 시장과 법률가 등 여섯 명의 귀족들이 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들은 목에 밧줄을 두르고 맨발로 성을 나서는 굴욕을 감수했지만 죽음 직전에 에드워드 왕비의 간청으로 처형을 면하게 된다. 그로부터 5백년 뒤 깔레시는 천재 조각가 로댕에게 부탁하여 10년에 걸친 불후의 명작 ‘깔레의 시민’ 상을 제작해 시청 앞 광장에 세운다.

시민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은 이들 여섯 명의 고귀한 희생정신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 사례로 계승되고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이 말은 요즈음 우리 사회나 정치판을 볼 때 절실하게 떠오르는 단어다.

서너 달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방선거도 이제 운명의 종착역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과 지방의원, 교육의원까지 무려 여덟 번의 기표를 해야 하는 이번 선거는 크게는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북풍’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다시 피어나고 있는 ‘노풍’이라는 양대 바람 속에서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25만 시민을 대표하고 6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며 주민의 행복과 도시 번영을 책임지는 시장 자리에 누구를 선택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결실인 지방자치에서 그만큼 중차대한 역할은 없다할 것이다. 물론 지방의회에 견제와 균형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만 집행부인 시청의 업무 전반에 걸친 제동이 불가능하므로 시장의 의지와 신념, 공직관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시장은 도덕성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토착비리의 사슬을 끊고 부정한 치부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기본적인 덕목에 불과하다. 재산을 공개하고 재임중에 직무와 관련한 재산의 증식을 기하지 않겠다는 건 아주 당연한 다짐이다. 그것은 모든 공직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일반적인 청렴의지인 것이다.

시장은 지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역의 환경과 여건, 국가와 세계속에서의 비중과 기능을 고려한 발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 가는 결단력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주민의 요구라 할지라도 도시의 기본방향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뿌리칠 줄 알고 꼭 필요한 과업이라면 다수의 반대도 설득해 나가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주변의 지지세력에 의한 압박감이 시정을 좌우할 정도라면 수치스런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양산은 단순히 경남도 변방의 작은 고을이 아니다. 국토의 동남권 허브로서 의료중심도시의 면모를 키워 나가는 한편 자연과 환경을 자산으로 한 신개념 관광산업과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메카로 도시 브랜드를 높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부산과 울산이라는 대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된 캐스팅 보트를 구사하고 다가올 행정구역개편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의 자리는 고을을 다스리는 정도를 넘어서 지구촌시대에 걸맞는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을 정립해 나가야 하는 자리가 되었으므로 그에 걸맞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의 전횡을 견제할 유일한 제도인 시의회 의원들을 선택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지역의 선후배끼리 인정과 의리로 투표해서는 안된다. 같은 정당에서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시장 후보와 의원 후보가 파트너처럼 결속을 과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잘못된 행태다. 시민들은 집행부의 월권과 예산의 남용, 특혜 등을 막아달라고 의원들을 뽑는 것이지, 한 통속이 되어 나눠먹기 식 행정에 반주자가 되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6월 2일 밤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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