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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현수막과 스피커 선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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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수막과 스피커 선거 이제 그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0/06/15 09:58 수정 2010.06.15 09:58



 
ⓒ 양산시민신문 
현수막ㆍ소음 난무하는 선거
여론조사는 왜 그리 많은지
합동토론회ㆍ정책게시대 활용
정책과 인물 본위 선거돼야


정치는 선전이다.

정치인이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색상의 유니폼, 음악과 율동, 구호와 마크 등으로 후보자를 간단한 형태의 선전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발전하여 자기만의 특별한 복장, 자전거, 유모차 등의 소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홍보와 명함 돌리기도 선전활동이며, 여론조사도 이제 후보자 인지도를 올리는 방편으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일 실시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중 시민들은 하나같이 정치 선전 홍수 속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투표 석달 전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가능한 법규정(시ㆍ도지사와 교육감은 넉달 전부터 예비후보 등록 가능)에 따라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내 중심가 빌딩은 예비후보들의 대형 현수막으로 뒤덮혔다. 이번 선거에는 현수막의 수량과 크기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벽면을 거의 덮을 정도로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오가는 시민들은 현수막의 크기에 따라 후보자의 재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도 치졸한 내용 만큼이나 시민들을 짜증나게 했다. 서로 눈에 잘 띄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교차로마다 산발적으로 나붙은 현수막 때문에 시야가 가려 사고 위험까지 초래하곤 했다.
그러나 도시경관을 어지럽히는 현수막 쯤은 견딜만 했다. 거리에 흩날리는 정치인 명함을 본 적이 있는가.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적극 활용하는 명함은 건네지기가 무섭게 버려지고 있다. 관광버스 운전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후보자들이 올라타서 명함 뿌리는 것이란다. 관광객들이 내릴 때 모두 바닥에 버리고 가니 청소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매일같이 전화통을 울리는 여론조사는 어떤가. 양산시선관위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일로부터 후보등록일까지 지역내 출마자들이 신고한 여론조사는 50회에 육박했다. 언론사와 정당에서 실시한 것을 더하면 얼마나 많은 전화조사가 시민들을 괴롭혔겠는가. 후보자 캠프에 종사했던 한 인사는 “나조차도 전화여론조사에 내 속 뜻을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개별선거유세다. 학교 운동장에서 유권자를 모아놓고 벌이는 후보들의 합동유세는 그들의 사자후(獅子吼)와 환호하는 청중들의 박수소리가 어울려 한 판의 축제로 기억되는데 ‘돈 선거’, ‘조직 선거’의 폐해가 크다 하여 언제부턴가 금지되고 후보들의 개인유세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그만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량에 올라 거리를 순회하든가, 아니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길목을 찾아 표심을 호소하는데 시간 제한이나 소음량 규제가 있을 법 한데도 아침부터 밤까지 무차별적으로 퍼부어대는 로고송과 유세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우리나라가 광복 65년, 지방자치 15년이 흘렀건만 정치판의 선거문화는 좀처럼 선진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후보자의 공약과 이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인물 됨됨이를 비교하는 이른바 정책선거는 왜 늘 뒷전이 되고 마는가. 특히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의 논리가 좀처럼 배척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아야 할 때다.

선진국의 지방선거운동 경향이 어떠한지는 매스컴을 통해 이미 알 만큼 알고 있다. 일반 시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과다한 선거운동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이나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공약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유럽의 거리에서는 공간을 활용한 임시 지정게시대를 설치해 후보들의 정책이 담긴 벽보를 부착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도 못할 게 없다. 합동연설회가 사라진 마당에 선거구별로 지역 언론사가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상설하여 공약을 검증하고 인터넷이나 지역방송을 이용해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면 어떨까. 부족하다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게시대를 만들어 정책 소개 벽보를 붙이도록 하면 된다. 선관위에서 일률적으로 붙이는 벽보는 후보의 기호 알리는 의미 밖에 더 있나. 이번 선거에서 ‘로또 선거’라는 오명이 붙듯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을 알리는 기호를 없애는 것도 정책과 인물본위의 선거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쌍팔년도식 ‘각설이 선거’가 아니라 주민을 위한 자세가 되어 있는지, 공약의 실천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정책선거를 치를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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