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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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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39호 입력 2010/07/13 09:58 수정 2010.07.13 09:57



 
ⓒ 양산시민신문 
정치의 영고성쇠는 필연
처지는 바뀔 수 있는데
상대 입장 헤아릴 줄 알아야
상생의 정치 펼 수 있어


민자당과 신한국당을 거쳐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3선을 역임한 나오연 전 의원이 2004년 총선에서 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김양수라는 신인이 등장했을 때 시민들은 의아해 했지만 세대교체라는 평가와 함께 그를 당선시켜 주었다. 나오연 전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소속으로 입후보했지만 이미 당에서 축출된 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양수 의원은 2년 뒤 제4회 지방선거에서 오근섭 현직 시장이 서화로비 사건으로 탈당한 뒤 지역정서를 무시한 시장 후보 공천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지역 단위 행사에 홀대를 받으며 시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리고 18대 총선에서 낙천하고 만다.

2008년 총선에서 낙하산 공천이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어렵사리 당선된 허범도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선거법 위반 사건에 휩싸여 제대로 의정활동을 해보지도 못한 채 의원직 상실이란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재선거로 치러진 선거에서 남해 출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그가 꿈꾸던 국회의장의 대망을 이루게 됐다. 그는 남해ㆍ하동지역에서 다섯 번 내리 당선됐으나 18대에는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6.2 지방선거에서는 전대미문의 시장공천 번복사태를 거쳐 나동연 전 시의회 부의장이 당선돼 제6대 시장으로 취임했다. 시의회는 모처럼 3선 의원을 두 명이나 배출하였지만 의장단 선출에 진통을 겪으며 8대 7로 박빙의 다수인 한나라당 내부 조정으로 김종대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었다.

이런 경위를 잘 살펴보면 정치인의 처지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민선 4기 당시의 상황을 잠깐 되짚어보자. 국회의원 김양수와 시장 오근섭 사이에는 화해할 수 없는 갈등의 깊은 골이 패어 있었고, 의회 구성에서도 김양수 사단과 시민연합이 주도한 무소속 연대라는 한나라당 탈당파들의 분노가 감정적으로 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개원 당시 한나라당 7명에 비한나라당 6명의 의원이 의장단 구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한 끝에 김일권 의원과 김지석 의원이 의장과 부의장 자리에 올랐다. 3개의 상임위원회도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 차지함으로써 비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대립과 갈등이 최고조를 이루었다. 이런 대치상황은 소모적인 정쟁으로 자주 비화되면서 시민사회마저 편가르기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불편한 지경이 계속됐다.

의회가 하반기로 접어들 즈음인 2008년 4월 18대 총선이라는 정치적 변수를 맞게 됐다. 김양수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친 김양수 쪽에 섰던 의원 중 김일권, 허강희, 최영호, 김덕자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에 반발해 반대쪽에 섰고, 무소속 의원 대부분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허범도 후보 진영에 가담하여 당선을 도왔다.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에 따른 전리품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는 저울 추가 바뀐 것이다. 그 결과 정재환 의원이 후반기 의장이 되고 나동연 의원이 부의장이 됐다. 상임위원회 위원장들도 얼굴이 바뀌었다. 이들은 허범도 의원의 낙마 이후 재선거까지 일관되게 한나라당의 선봉에 서면서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된다.

재선거를 통해 박희태라는 여태껏 만나지 못했던 정치 거물이 양산에 입성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양수를 좇아 탈당한 세 의원과 야당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의원들이 한나라당 캠프를 찾았고 당선된 박 의원은 이들에게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새로 구성된 제5대 시의회에서는 지난 주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임시회가 열렸다. 15명의 정원 중 8명을 보유한 한나라당은 당연히 의장단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고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밖의 7명의 의원들도 당 소속에 관계없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적절한 자리를 할당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등원 첫날 한나라당에서 의장과 부의장 모두 차지하는 바람에 대치 국면이 형성됐다. 이번 주 중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속개할 방침이지만 개원 벽두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라는 뜻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그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말인 상생(相生)의 전제조건이 바로 역지사지다.

김종대 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중진 의원의 정치력 발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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