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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구조조정 하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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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하는 지자체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42호 입력 2010/08/10 10:00 수정 2010.08.10 10:00



 
ⓒ 양산시민신문 
성남시 채무유예선언 계기로
지자체 건전재정 운용 도마 위
불요불급한 사업 지양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한 시기


재정자립도가 경기도 내에서 1위,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8위로 ‘부자 도시’인 성남시가 지난 달 12일 갑자기 판교신도시특별회계 전입금 5천400억원에 대한 지불유예(모라토리움)를 선언해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재명 시장이 취임한지 2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된 성남시의 ‘돈 못 주겠다. 배 째라’ 식 선언은 방만한 경영으로 재정이 악화돼 있는 다른 지자체의 ‘부도 도미노’사태를 불러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곳이 기초와 광역 지자체 246개 중 62%인 152개에 이른다고 한다. 절반이 훨씬 넘는 지자체가 예산의 70% 이상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경남도는 9개 도 중 두 번째로 재정자립도가 높지만 18개 시ㆍ군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2010년도 당초예산 기준 평균 재정자립도는 30.4%에 불과하고 평균을 넘는 지자체는 통합창원시와 양산, 김해, 거제, 진주 등 다섯 곳 뿐이다. 나머지 13곳은 자체 세원으로 인건비 충당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양산시의 재정 형편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 당초예산 6천11억원 중 자체세입이 2천647억원으로 44%의 자립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1천150억원의 지방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올 당초예산 중 일반회계 예산인 5천359억원의 2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양산시는 도시계획도로 개설 976억원, 교부세 감액분 보전 89억원, 노후관 교체공사 78억원 등의 빚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일단은 “부채 상환이나 재정 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 전임 시장이 지나치게 무리한 예산 운용을 한 탓에 막대한 세입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빚을 남겨 놓았다는 불만이다. 특히 숲가꾸기와 도시조경, 벽화사업 등 각종 도시경관사업에 몇 년 동안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높다. 지금도 사업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신도시 내 농산물종합유통센터 조성과 3천석 규모의 시민회관 건립계획 등 새 시장 취임 이후 재검토되고 있는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부실한 예산 운용이 지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지자체의 재정 파탄 현상은 대부분 단체장의 방만한 경영에 기인한다. 호화 청사를 짓는데 수천억원의 예산을 탕진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형 사업을 추진하다가 빚더미에 오른 지자체도 있다.

이렇듯 지자체가 지방재정을 운용함에 있어 가장 신경써야 할 대목은 낭비성 예산 집행을 줄이고 철저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꼭 해야 할 사업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세입의 한도 내에서 다른 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운용해야 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라시는 관광시설 건설에 대한 과다 투자의 여파로 2006년 7월 파산을 선언했다. 시 공무원 절반이 실직하고 남은 자들도 월급이 반으로 줄었다. 이탈리아와 맞먹는 재정 규모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예산 적자가 26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주지사는 지난해 7월 재정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23만명의 공무원에게 무급휴가를 가도록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에서는 다소 낯선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일 충청북도는 1국ㆍ5과ㆍ10팀을 축소하고 정원 49명을 감축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충북도의 올해 예산은 2조8천422억원, 재정자립도는 25.1%로 경기, 경남에 이어 9개 도 중 세 번째다. 이시종 도지사는 민선 4기를 거치는 동안 공무원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졌다며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를 통해 발생하는 재원을 서민경제 분야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지자체에도 기업경영 마인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철밥통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업무가 과다하다고 볼멘소리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조직간 업무의 효율성 진단을 통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만 건전한 재정 운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대형 사업에 대한 재정투융자 심사도 형식에 그쳐서는 안된다. 시민들에게 빚을 안겨 줄 때에는 그에 걸맞는 당위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의회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기업 CEO 출신인 나동연 시장의 재정 운용 기조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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