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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창간기획2]보행약자 배려 절실하다..
기획/특집

[창간기획2]보행약자 배려 절실하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346호 입력 2010/09/07 09:32 수정 2010.09.07 09:32




 ■ 양산지역 도로 유모차 몰고 직접 걸어보니…

덕계 이진정형외과~덕계초~덕계동주민센터~세신상가아파트

지하철 양산역~이마트~종합운동장~남부시장~북부동 본사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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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도로가 시원하게 뚫리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곳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원활한 차량흐름을 위해 차도 폭이 넓어지고, 그럴수록 상대적으로 인도 폭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다시 사람이 걷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자동차에 떠밀린 보행자의 권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이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장애인은 물론 유아나 노인, 임산부 등 보행약자들이 마음 편히 거리를 걸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양산의 보행환경은 어떨까. 이에 본지는 유모차를 직접 밀면서 양산의 도로를 걸어봤다. 웅상지역의 상업 중심지인 덕계시가지와 양산의 주거 중심지인 양산신도시~남부시장~북부동 거리를 걸어본 결과 양산의 보행환경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지난 14일 유모차 몰기 체험을 위해 우선 덕계시가지 입구에 도착했다. 유모차를 몰고 이진정형외과 입구에서 시작해 덕계초등학교까지 간 뒤 길을 건너 세신상가아파트로 다시 되돌아오기로 했다. 아이를 데리고 길을 나선 부모의 불편함을 알기 위해 유모차가 지날 수 없는 턱이 있어도 유모차를 들어서 바퀴를 땅에서 떼지 않기로 했다.


볼라드, 전봇대가 통행 방해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평소 걸을 때는 인식하지 못했던 보도블록이 생각보다 울퉁불퉁하게 깔려 있었지만 인도가 넓어 쉽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인도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메가마트 앞 도로에 들어서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이 좁은 인도에 몰려 있어 유모차를 몰고 지나기가 쉽지 않았다. 덕계사거리에는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가 오히려 가뜩이나 좁은 인도 폭을 더 좁게 하고 있었다. 인도 양쪽으로 어지럽게 설치된 전봇대와 가로등, 교통신호기 등도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지만 유모차를 몰자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곧 더 큰 문제가 나타났다. 보행자나 유모차가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인도 턱을 낮게 설치했지만 들쭉날쭉해 유모차를 몰고 올라가기 쉽지 않은 곳도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체험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불법주ㆍ정차. 주ㆍ정차 금지구역임에도 이를 무시한 차량과 한 술 더 떠 인도까지 올라와 버젓이 주차한 차량으로 유모차는 결국 차도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덕계초 입구에서 도로를 건너 돌아오는 길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도심 환경정비보다는 덕계5일장 노점상을 막기 위해 설치한 화단은 유모차 보행을 불편하게 할 뿐이었다.   


ⓒ 양산시민신문
인도 불법주차 탓 차도로 내몰려
   
같은 날, 지하철 양산역을 찾았다. 양산역을 출발해 이마트를 지나 종합운동장에 이르는 신도시 구간과 종합운동장에서 남부시장을 지나 북부동 본사 사옥까지 이어지는 구도심 구간을 체험하기로 했다.
양산역에서 출발한 신도시 구간은 이렇다 할 불편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인도도 널찍하게 확보돼 있었고, 인도 턱 높이도 비교적 일정하게 설치돼 힘들이지 않고 유모차로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종합운동장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사를 위해 파헤쳐진 인도는 울퉁불퉁해 유모차 몰기가 쉽지 않았고, 심지어 차도를 사이에 두고 인도와 인도가 이어지는 부분에 인도 턱(경계석)마저 낮게 설치되지 않아 체험 시작 이후 처음으로 유모차를 들 수밖에 없었다. 덕계시가지에서 체험할 때 나타났던 불법 주ㆍ정차 문제는 구도심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도를 막은 차량과 인도에 주차한 자동차 탓에 차도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자동차가 주차한 인도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북부동 상공회의소 뒷길은 인도 폭이 너무 좁아 인도라고 부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좁은 도로 한가운데 가로등이 설치돼 유모차는 물론 사람 한 명도 걸어가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들쭉날쭉 경계석 인도 이용 불가
    
최근 선진국은 걷기 편한 도시를 넘어 유모차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를 고민한다고 한다. 보행약자가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어야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 도시라는 생각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보행권을 규정하고 보장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 했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보행환경실태조사를 통해 5년마다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산시가 정책을 수립할 때 정해진 매뉴얼에 따른 형식적인 추진이 아닌 보행약자를 진정으로 배려한 세심한 관심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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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걸을 권리 생긴다

내년 7월부터 시행… ‘보행권’ 침해하면 형사 처벌

 
ⓒ 양산시민신문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인 ‘보행권’이 생긴다. 내년 7월부터 보행권을 침해할 경우 형사 처벌을 규정한 보행안전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15일 보행권을 신설하고, 보행자 안전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처럼 정부가 보행안전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 도로 관련 제도가 차량 위주여서 보행자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도로교통법 제8조 2항은 차도와 보도가 구별되지 않은 이면도로에서 보행자는 길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이면도로에서 통행 우선권을 보행자가 아닌 차량에 부여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행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본격 시행되면 인도 등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보행자를 다치게 하면 형사 처벌되는 등 보행자의 권리가 크게 강화된다. 제정안에 따르면 보행로에 보행자 통행에 지장을 주는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보행로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돌출형 간판 등을 설치해 보행자를 다치게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주어진다.

이밖에 보행자 전용도로에서 차를 몰거나 인도를 걷는 사람을 위협한 운전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특히 차량 운전자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게 돼 보행자 교통사고와 관련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가리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이면도로에서 보행자와 차량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쌍방과실에 따라 책임을 가렸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차량 운전자에게 훨씬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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