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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트칼럼]‘공정한 사회’는 민심이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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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데스트칼럼]‘공정한 사회’는 민심이 평가해야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46호 입력 2010/09/07 10:01 수정 2010.09.07 10:01



‘공정한 사회’ 구호 비웃는
외교부장관 딸 특채 파문
가진 자의 통찰, 책임만이
사회정의 실현할 수 있어



 
ⓒ 양산시민신문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최장수 각료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특혜 채용 문제로 사퇴하면서 ‘공정한 사회’가 또 다시 시중의 화두로 떠올랐다.

유 장관은 37년간 외교관 생활 끝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에 임용돼 2년 7개월 동안 외교 수장으로 활약했지만 막판에 부적절한 처사로 불명예퇴진을 하게 됐다. 기자회견을 통해 딸의 특채가 오해받을 짓은 분명하지만 불법적인 임용은 아니었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의 ‘공정사회론’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와 두 명의 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뒤 지도층의 도덕성 부재가 국민에게 주는 박탈감을 감안하여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핵심지표로 내놓았다.

이에 부응한 것일까. 국회도 과거에 만연했던 ‘방탄국회’ 이미지를 청산하고 학교 공금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회부해 통과시켰다. 또 한나라당도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어 제명처분을 의결했다. 이는 한나라당 창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터진 외교부장관 딸 특채 논란은 그 과정이 어찌 됐든 국민들로부터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랜 마당에 고학력 실업자를 슬하에 둔 많은 부모들이 장관 딸의 특별임용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력서를 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부모를 잘 둔 것만으로 취업까지 보장된다는 것은 부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고위공직자 검증을 위한 청문회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전력을 들으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만연되고 있는 계층간의 위화감이 ‘맑지 않은 윗물’ 때문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1997년 IMF 국제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생계 위협을 받고 거리로 내몰리다 못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국가가 필요하다면 장롱속의 금붙이까지 내놓는 국민성은 다시 국가경제를 정상적으로 회복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가장들이 앞당겨진 명퇴, 창업과 재취업의 불확실성, 자녀들의 취업난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언젠가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병폐는 좌ㆍ우 대립이나 지방색이 아닌 ‘계층간의 위화감’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빈부의 격차는 부의 대물림 현상으로 발전하여 맹목적인 반사회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말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공정한 사회는 사법의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의식이 잔존하고 있다.

청문회가 재미없고 식상해 하는 이유도 출석한 사람의 무성의한 거짓말에 대해 응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환장을 보내도 출석하지 않는 증인에 대한 처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시간만 때우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 청문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 안녕의 필수요건인 기초질서가 무너지고 공권력이 무기력화되는 실정은 인성교육이 가정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들이 본받을 만한 지도층의 수범사례가 실종된 현 세태에 그 책임이 있다.

무릇 ‘공정한 사회’는 국민들이 인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주장했듯 갈등과 분열로부터 진정으로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하는 도덕률이기 때문이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패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다시 주어지고 그래서 모두 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첩경은 가진 자의 통찰과 책임이다.

제7호 태풍 ‘곤파스’가 강풍을 동반해 수도권을 강타해 서울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자연의 활동은 무의미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번 태풍이 엄청난 강풍을 통해 서울 중심부에 던진 메시지가 무언지 궁금하다.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 인사들에게 ‘자연과 인류에 대한 경건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면 너무 비약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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