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필즈 메달을 아시나요..
오피니언

[화요살롱]필즈 메달을 아시나요

김대형 기자 e2dh100@ysnews.co.kr 348호 입력 2010/09/28 09:42 수정 2010.09.28 09:42



 
↑↑ 박미경
영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컴퓨터 앞에서 탄식을 하였다. 왜 그런지 들여다보니 필즈 메달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아서 책이나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것을 즐겨한다. 야간 자율학습으로 12시에 집에 오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던 아이가 추석 연휴 동안 시간 여유가 나니 2010년 필즈 메달 수상자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고는 실망하여, 우리나라 수학의 미래 나아가서 교육과 학문 전반에 대하여 걱정을 한다.

우리가 다 아는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많은 돈을 번 노벨이 ‘죽음의 상인’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하여 제정한 상인데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ㆍ의학상, 문학상, 평화상의 다섯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을 뽑아 해마다 수여하였고 나중에 경제학 분야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노벨상에 수학 분야는 없다. 노벨이 수학 분야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미타그 레플러라는 스웨덴 수학자와 노벨이 한 여인을 두고 서로 연적 관계였었고, 만약 수학상을 주게 된다면 미타그 레플러가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미타그 레플러의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가장 믿고 싶어 하는 설이다. 그것을 부인하는 다른 설들도 물론 있다.

수학 분야에 노벨상이 없는 것을 아쉬워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교수였던 필즈(John Charles Fields)가 제안하여 그의 사후에 수학 연구에 최고의 공헌을 한 사람을 위한 상을 제정하였는데 메달을 주기 때문에 필즈 메달이라고 부른다. 메달의 한 면에는 그리스 시대의 위대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모습과 ‘Transire suum pectus mundoque potiri’(자신 위에 올라서서 세계를 잡아라)라는 그의 말이 새겨져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기원전 3세기경의 그리스에서 활동하였다. 왕관이 순금인지를 알아내기 위하여 생각하는 중에 목욕탕 속에 들어갈 때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고 벌거벗은 채로 “유레카(내가 발견했다)”라고 외치며 뛰어나갔으며, 큰 지렛대와 받침을 주면 지구를 들 수 있다고 한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나선 연구, 최초의 적분법의 연구 및 로마군과의 전쟁 때에 거울을 사용하여 물리친 업적이 있다. 메달의 다른 면에는 그가 적분법을 연구하면서 사용한 원기둥과 그것에 포함된 구를 묘사하였다.

필즈 메달은 4년마다 한 번씩 하는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수상하고 40살 미만의 수학자에게만 주는 상이어서, 사실은 노벨상보다 더 받기가 어려운 상으로 알려졌다. 40살 미만에게만 주는 이유는 수상자가 이미 이룬 업적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이룰 더 훌륭한 업적을 위한 격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극이 되어 노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2010년도 국제수학자대회는 인도의 도시 하이데라바드에서 8월에 열렸다. 필즈 메달 수여는 인도의 파틸 대통령이 직접 하였는데, 인도가 숫자 0을 발견한 나라라는 이야기로 인사말을 시작하였다. 인도는 0을 발견하였을 뿐 아니라 0을 이용한 자릿수의 개념을 만들어서 아라비아 숫자의 연산을 쉽게 하였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아라비아 숫자라고 알고 사용하는 숫자도 실제로는 인도에서 유래한 것인데 아라비아 상인이 유럽으로 전한 것이다. 이번에 필드 상을 받은 수학자는 베트남 출신의 응오 바오쩌우, 이스라엘 출신의 엘온 린덴스트라우스, 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프랑스의 세드닉 빌라니 등 4명이다. 이들 이름 중 한 명을 인터넷 검색하다가 내용의 빈약함에 아이가 탄식한 것이다. 아이의 말은 고등학교까지는 수학을 강조하면서 그 이후에는 수학의 상식적인 내용에도 관심이 없다는 안타까움이었다.

사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많은 4년제 대학교 중에서 수학과가 없는 학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수학을 전공하기를 원하는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실용을 좇아서 전공을 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학생이 지원하지 않는 전공은 경쟁력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태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수학이 실용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화, 경제, 다양한 이공 분야 및 심지어 사회, 인문 분야에서도 수학이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대학 전공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에는 그 실용성과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또 이 시대의 부모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 전망이 좋다는 것을 학생들과 부모들이 알지 못할 뿐이다. 수학 속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알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수학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학문적으로 수학을 하면서 일반인들과 수학의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사회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요한 것을 준비하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4년 후 2014년도 국제수학자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사람은 단기적인 목표가 있으면 열심히 준비를 잘 한다. 수학자대회를 잘 준비할 뿐만 아니라, 범위를 넓혀서 수학의 진정한 가치를 일반인들도 알 수 있도록 수학의 소통자, 수학의 전도자가 많이 질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대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필즈 메달 수상자가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