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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철도공사의 손바닥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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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철도공사의 손바닥 뒤집기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50호 입력 2010/10/12 09:14 수정 2010.10.12 09:14



 
ⓒ 양산시민신문 
KTX울산역 통도사 이름 빠져
철도공사 자체심의 통과한 일
스스로 공신력 훼손하는 처사
종교적 의미로 해석 경계해야


개산대재를 며칠 앞둔 통도사 스님들이 사찰 밖으로 나왔다. 500여명의 신도와 스님들이 KTX울산역(통도사)을 방문한 것. 지난 8일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KTX 개통을 앞두고 무사안전대법회를 봉행한 것이지만 그 속내는 따로 있었다.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KTX울산역(통도사) 명칭에서 ‘통도사’라는 글자가 빠진 것에 대한 항의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간의 경위를 잠깐 살펴보면, 통도사와 함께 하북면 주민들이 주축이 된 역이름추진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온 끝에 지난 6월 21일 울산시 역명선정자문위원회가 KTX 울산역에 통도사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울산시의 결정을 송부받은 한국철도공사 역명심의위원회는 7월 말 회의를 열어 울산역(통도사) 병기 방침을 의결해 국토해양부로 보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8월 26일자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관보에 고시할 때 ‘울산역’으로만 표시하고 단서를 붙여 울산역 역명 아래에 (통도사)를 부기하기로 하였다.

이때만 해도 병기(倂記)냐 부기(附記)냐 하는 미묘한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어찌 됐든 통도사라는 글자가 역 이름에 함께 표시되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시민들의 기대였다. 그런데 울산역이 개통을 앞두고 위용을 드러내자 역사 전면에 걸린 역 이름 간판에 ‘통도사’가 빠져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통도사 스님과 신도들의 항의 방문을 접한 철도공사 관계자는 공식 역 이름이 울산역으로 고시돼 역사에 내건 현판이나 도로 안내도 등 공식적인 곳에는 ‘통도사’를 함께 표기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만 당초 취지를 살려서 실내 승강장과 승차권, 안내방송 등에 ‘통도사’가 들어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도사 측은 모든 법적 절차를 거쳐 이름이 정해졌는데 뒤늦게 일부 종교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통도사 이름을 삭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울산시가 역명을 울산역(통도사)로 결정한 직후에 울산지역 기독교계가 특정 종교단체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특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통도사가 단지 특정 종교단체라기 보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의 의미가 강한데다 울산역이 위치한 울주군 삼남면 지역과 인근하여 KTX 이용객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철도공사에서도 그대로 결정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특정한 종교의 편에 서서 판단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많은 종교가 자유롭게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종교별 인구는 불교 1천72만6천463명, 개신교 861만6천438명, 천주교 514만6천147명, 유교 10만4천575명, 천도교 4만5천835명, 원불교 12만9천907명, 그 밖의 종교 19만7천635명 등으로 되어있다. 그만큼 다양한 종교 활동이 보장돼 있다. 또 각 종교의 성지와 같은 곳에서는 타 종교인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통도사는 작게 보면 한 종교단체에 불과하지만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 온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신라시대부터 양산이 융성해 온 것은 통도사라는 큰 사찰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근대에 와서도 통도사의 존재가 지역의 관광산업이나 정신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최근 침체된 하북면 지역 경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삼성계열사 기능 축소와 경부고속도로 나들목 이설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통도사라는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당국의 관광정책에도 작지 않은 원인이 있다.

많은 논란 속에 뒤늦게 개통하게 된 KTX 부산~경주 구간에 위치한 울산역에 통도사 이름이 함께 표기될 것에 대해 자존심을 세웠던 시민들에게 기껏해야 역 구내 안내판에 들어가는 것에 만족해라고 한다면 그동안 역명 결정을 위해 애써왔던 분들이나 시민 모두에게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는 정식 절차에 의해 결정된 역명에 대해 부기라는 예외적 규정을 만들어 대외적으로는 울산역으로, 내부 시설물 등에는 울산역(통도사)로 쓴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금이라도 당초 역명 제정 결정의 취지에 맞게 바로잡기 바란다. 그것이 정부와 공기업의 공신력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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