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출산율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출산 후 여성들의 편의를 위한 모유수유실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수유실 등의 설치를 권장해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제대로 된 수유실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양산지역에서 수유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시설을 갖춘 곳은 대형할인점에 설치된 것이 유일하다.
민원인의 발길이 잦은 시청에서는 별도의 수유실 없이 여직원휴게실을 사용하고 있고, 예방접종 등을 위해 영아를 동반한 여성들이 자주 찾는 보건소에서조차 수유실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양산보건소에는 수유실이 설치돼 있지만 영ㆍ유아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될 때는 장소를 빼앗기기 일쑤고, 웅상, 물금 등 각 지역 보건지소에는 아예 수유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수유실에 대한 공공기관의 인식이 이런 상황에서 민간에서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의 수유실 설치와 관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시외버스터미널에 수유실이 설치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 수유실은 개방돼있지 않다. 수유실에 건물 구석에 있는데다 청소년들이 수유실에서 흡연하는 등 관리 문제로 열쇠가 채워져 있고, 이용하려면 열쇠를 받아가야 한다. 수유실 내부는 먼지 쌓인 소파와 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무늬만 수유실일 뿐 창고와 다름없다.
수유실에는 곧바로 모유를 수유할 수 있도록 손을 씻을 수 있는 싱크대와 젖병 소독기, 젖병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 유축기, 쿠션, 침대 등이 설치돼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수유실 설치는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라는 이유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유실이 설치된 곳에 대한 관리 등 위생 문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유실 설치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움직임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아이낳기좋은세상 양산시운동본부 이정애 공동의장 대표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치인이나 행정, 기업인 등 각계각층에서 수유실 설치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 극복이라는 목적으로 뜬구름 잡는 시책을 내놓기보다 수유실 등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