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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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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53호 입력 2010/11/02 10:04 수정 2010.11.02 10:04



 
ⓒ 양산시민신문 
소규모 지역이기주의 벗어나
애향심 고양할 동기 있어야
지방행정체제 개편작업에서
주도적 위치 점할 수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우리의 추석이나 서양의 추수감사절은 모두 그 해의 농사를 마친 뒤 수확물을 조상이나 신께 바치고 고마움을 표하는 의식이다. 올해는 추석이 일찍 찾아와 아직도 들판에 고개 숙인 벼들이 황금빛 들녘을 장식하고 있다.

가을은 행사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가을걷이가 끝나면 이웃간 잔치를 벌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풍년을 구가해 왔다. 힘든 농사일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겨우살이 준비만 남았으니 어디 한 번 허리펴고 놀아보세. 어화 둥둥. 요즘도 마찬가지다. 일년 중 가장 좋은 날씨라 이웃간 정을 나누고 힘겨루기에 적합한 시기다.

특히 올해는 봄에 지방선거가 있었던 차라 여러 행사들이 가을로 미뤄졌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언제부터인가 큰 고을 행사는 사라지고 읍, 면, 동 단위로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민 체육대회, ○○면민의 날 행사, △△초등학교 동기회, ○○동 노인위안잔치 등 행정 기초단위의 행사들이 주로 거행되고 있다.

양산은 1996년 시로 승격하면서 그 때까지 고을의 중심이었던 양산읍이 중앙동과 삼성동, 강서동으로 분동되었고, 2007년에는 웅상읍이 서창, 소주, 덕계, 평산 등 4개 동으로 분동되었다. 최근 신도시 개발로 인하여 양주동이 중앙동으로부터 분리되었고, 조만간 물금읍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분동될 가능성이 높다.

1986년 양산군민의 날을 기해 삽량문화제가 발족되면서 첫 잔치가 공설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이때는 문화원이 출범한 직후라 상공회의소에서 첫 행사를 주관했다. 제1회 삽량문화제는 문화행사와 더불어 각 읍, 면 대항 체육대회가 병행해서 열렸는데 재미는 오히려 체육대회가 더했다. 매년 가을 소속 읍, 면의 명예를 걸고 대결을 펼치던 주민들은 이틀을 잔치처럼 즐겼다.

십여년 간 이어져 오던 읍, 면 대항 체육대회는 문화제에서 분리돼 따로 봄에 열리다가 그것도 과다 경쟁의 폐단을 이유로 막을 내렸다. 그 뒤로는 종목별 체육대회에서나 양산시 전체 선수들이 읍, 면 대항으로 가끔 대결을 펼칠 뿐 친목을 겸한 대규모 행사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시민들은 읍, 면, 동으로 구별되는 소행정 단위에서나 동질감과 유대를 느낄 뿐 양산이라는 큰 틀에서의 결속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1990년대 이후 공단 개발과 신도시 조성 등 외부 인구의 유입 요인이 급증하면서 이제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타지에서 들어온 주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양산이라는 향토의 뿌리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고 생활권도 부산, 울산에 종속함으로써 시민의식이 공고하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다.

이러다 보니 내 동네의 일이 아니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일종의 님비현상이 시 단위보다 더 작은 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강서동에 축산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온다고 해서 동민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그 옆 동네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또, 하북면 지역경제의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도 남의 일로 생각하고 KTX 울산역(통도사)의 현판에 통도사가 빠져도 다른 지역에서는 무관심이다. 낙동강 준설사업에 앞서 건축폐기물 매립이 발견돼 웅상으로 가는 상수도 수원의 오염 여부가 문제가 되어도 다른 지역 사람들은 ‘강 건너 불 구경’일 뿐이다.

양산을 생각하는 애향심 고양이 특히 필요한 대목이다. 주민들의 직접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나 시장, 지방의원들이 양산이라는 도시의 미래에 대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 주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향후 20년 또는 30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전임 시장이 내세웠던 도시계획이나 대규모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양산의 위상이나 정체성 확립, 구체적인 도시발전 방향을 잡아가는데 소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지방행정체제의 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다. 양산은 세수도 높고 자원도 풍부해 경남도에서는 빼앗기기 싫은 곳이고, 부산이나 울산에서는 끌어들이고 싶어한다. 이럴 때 지역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양산을 자리매김하는가 하는 문제는 자손 대대로 양산의 내일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것이다. 소규모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26만 인구의 양산시가 주체적인 입장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구심점이 되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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