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KTX 소음대책은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
오피니언

KTX 소음대책은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55호 입력 2010/11/16 09:50 수정 2010.11.16 09:50



 
ⓒ 양산시민신문 
KTX 소음 고통받는 마을
공단은 기준치 이하라지만
실제 와서 함께 생활해보라
인간으로서 삶 존중되어야


제2의 국가 대동맥으로까지 불리는 경부고속철도 전 구간 개통은 부산~서울을 2시간 18분만에 주파한다는 속도 개념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온 나라가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다는 의미는 최첨단 IT강국으로서 통신 혁명과 더불어 경제 인프라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KTX 개통 이후 동면과 평산동 일부 마을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동면 영천, 창기, 개곡마을과 평산동 장흥마을이 열차 통행으로 인한 소음 공해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특히 동면의 3개 마을은 1960년대 이후 부산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반 세기 가까이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 온 곳이다. 최근에야 그린벨트 일부가 해제돼 마을 주변 정도가 규제에서 풀려 좋아했는데 또다시 철도 소음으로 인해 기피하는 마을이 되고 만 것이다.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초고속열차는 일반 차량의 통행과는 차원이 다른 소음을 발생시킨다. 특히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터뜨리는 굉음은 논밭에서 일하던 농민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밤 12시가 넘도록 내달리는 열차의 소음에 주민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다. 앞서 언급한 4개 마을 주민들은 철도시설공사 당시부터 소음과 분진에 시달려 왔고 발파로 인한 진동 피해를 입어왔다. 키우던 가축들이 소음에 놀라 기능이 약화되는가 하면, 영천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는 수업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큰 소리 못 치는 시골의 무지랭이라고 얕잡아 보았는지 철도시설공단은 영천마을을 관통하는 일부 구간에 1~1.5m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눈가림만 하고 공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달 말 노선 개통에 앞서 KTX 시범 운행이 있던 날, 4개 마을에서 양산시가 공식적으로 소음을 측정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주간 허용기준치인 70dB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자체 소음 측정 결과 기준치 이하라고 주장했던 철도시설공단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 주장도 현상을 살짝 비틀어 주민들을 기만한 것임이 밝혀졌다.

시가 측정한 방법은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평균소음을 측정하는 방식과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일반차량 통행 등에 따른 소음을 따로 측정해 비교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은 30분에 한 대 꼴로 운행되는 KTX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 지점에서 두 시간 동안의 소음을 측정해 산술평균한 값을 소음측정치라고 내놓았던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다. 공단측은 시 측정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외부 용역을 통해 자체적으로 소음 측정을 다시 하기로 했다”며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들이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나서고 지자체가 공식적인 소음 측정 결과를 내놓았는 데도 용역이니, 재측정이니 하고 있는 모습은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으니 해결책도 지연시키면서 예봉을 피해 가겠다는 태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환경부 고시에 따른 소음 허용기준치는 말 그대로 사람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안내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측정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나오더라도 실제 마을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참아낼 수 있는 정도인지는 별도의 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 의심스러우면 공단 관계자가 자체 체험단을 꾸려 영천이나 개곡마을에서 며칠 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해 보기를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 논밭에 나가 일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함께 쉬면서 밤을 맞이해 보라. 자정이 넘도록 ‘시골 장터 뻥튀기 터지듯’ 터널을 나오면서 마을 상공을 흔들며 가는 열차의 굉음을 직접 경험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철도공사는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주민들의 소음대책 요구를 전면 받아들여야 한다. 마을을 지나는 구간에 충분한 높이의 방음벽을 시설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인근과 마을 관통지역에는 원통형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 공사에서는 원통형 방음벽을 시공했을 때 KTX 이용객이 느끼는 소음이 문제가 된다고 하는 모양인데 그들은 잠깐 겪는 것이지만 주민들은 그게 아니다. 방음벽 시공 비용을 이야기한다면 더욱 안된다. 시설의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양산시와 의회에서도 주민을 대신해서 정부와 철도공사에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하여 동부 4개 마을 주민들이 다소라도 소음 공해에서 벗어나 ‘조용한 전원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