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히말라야 얼음창고’라고 불리는 히무룽(7천126m) 정상에 오른 이상배(56) 한국히무룽원정대장은 아직도 검게 그을린 얼굴이 힘들었던 등반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불태우면서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 보았다. ⓒ 양산시민신문
대담 박성진 편집국장
정리 김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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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룽은 어떤 산인가?
히무룽은 안나푸르나 너머에 있는 ‘트랜스 히말라야’로 현지에서도 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오죽하면 ‘히무룽’이라는 산 이름의 유래도 알려진 것이 없을 정도다. 히무룽에 가기 위해서는 허가도 두 번이나 받아야 할만큼 접근이 쉽지 않다. 네팔 관광소에서 히무룽은 ‘House of Ice(얼음창고)’라고 말했다. 히무룽은 다른 눈산과 다르게 광채가 났다.
히말라야 고봉 14좌에 들지 않은 히무룽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산을 개척정신으로 찾아가고 싶었다. 시대의 흐름상 전 세계적으로 8천미터 원정을 많이 가다보니 모험의 가치가 떨어진다. 실제로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 높이의 산이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개척이나 모험의 정신이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히무룽의 등반은 한국인 최초라는 점과 정보가 없는 산에 대한 개척을 했다는 것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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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에 도착한 원정대는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세계 최대의 불탑이 있는 보드나트 사원을 찾아 무사등정을 기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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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룽 정상에 오른 과정을 얘기해 달라.
보통 8천미터급 산들은 1주일 정도 걸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는데 히무룽 베이스캠프에 도착까지는 9일이 걸렸다. 봄에 왔을 때보다는 눈이 많이 쌓여 크레바스의 위험도가 다행히 낮았다. 3개의 전진캠프를 설치하고 정상을 노렸다. 정상에 오르는 날은 히말라야의 신이 허락해야 한다. 다행히 쾌청한 날씨로 아침 일찍 서두른 결과 오후 4시 10분 히무룽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히무룽 원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히말라야 원정 경험이 적은 대원들에게 산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보여서 진정을 시키고 항상 집중하고 올라가도록 노력했다. 항상 원정을 가면 느낌이 있다. 베이스캠프에서 라마제를 지낼 때 꽂은 우리 깃발에 새 한 무리가 날아와 앉은 모습을 보고 히무룽이 우리를 허락하는 것을 느꼈다.
히말라야는 이상배 대장에게 어떤 의미인가?
히말라야는 인간 이상배를 산악인으로 키워준 곳이다.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을 보면서 큰 산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히말라야는 나에게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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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히말라야의 가셔브룸2봉, 로체, 초오유,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이제는 60세가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도전의 방향이 있다면?
히무룽 같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높이에 연연하지 않고 탐험적인 등반을 하고 싶다. 등산도 이제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과정을 중요시 하는 시대이다. 8천미터 14좌 등정은 내 나이로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목표가 있다면 7대륙 최고봉 등정이다. 오세아니아주 최고봉 칼스텐츠(4천884m)와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천897m)이 남아있다.
양산등산교실이 4기를 마쳤고, (사)영남등산문화센터까지 만들었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등산도 하나의 스포츠고 문화이다. 문화는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문화는 없어질 수밖에 없다. 등산이라는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산에 대한 자료와 지식 등을 전달하고 교육하기 위해 영남등산문화센터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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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 캠프를 출발하기에 앞서 전날 라마제(히말라야 여신에게 등정을 허락받는 의식)를 지낸 제단에 인사를 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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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이 산악레포츠 도시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프랑스 ‘샤모니몽블랑’은 인구가 1만명 정도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산악인들이 찾아오는 도시이다. 몽블랑을 찾는 사람들이 와서 묵으며 문화적 교류와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 성공한 케이스다. 우리도 천성산 일출을 상품화한다든지 인공암장을 만들어 산과 관련된 관광상품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등산 애호가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산은 아는 만큼 보인다. 산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산을 올라야 한다. 산에 대한 도전을 성공했을 때 엔돌핀이 나오고 건강해질 수 있다. 산에 올라 막걸리 한 잔 하는 등산이 아닌 산에 머무르며 느끼고 성취하는 등산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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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무룽 정상에 오른 이상배 대장의 얼굴은 얼어붙었지만 한국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한국히무룽원정대의 기록은 KNN 신년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송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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