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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주민혐오시설의 ‘법대로’ 딜레마..
오피니언

주민혐오시설의 ‘법대로’ 딜레마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0/11/30 09:52 수정 2010.11.30 12:11
행복권과 주거안정 해치는

혐오시설 설치관련 민원

대립 쌍방에 대한 조정과

법규 정비 미루지 않아야



 
ⓒ 양산시민신문 
시민들의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곳곳에서 혐오시설 설치에 대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자는 법에 정해진 대로 허가를 받으려 하는데 무슨 반대냐고 항변하고, 주민들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서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호계동에 신청된 ‘의료폐기물 소각장’과 명동에 추진 중인 ‘삼신교통 차고지’다.

지난해 사업신청을 했다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부적합’ 판정을 받아 일시중단되었던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행정심판을 거쳐 다시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동 일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하루 48톤 처리 규모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추진한 사업자는 초기부터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시와 의회는 물론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접 민원을 호소해 박 의장이 환경청장을 면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부적합 결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사업자가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지난달 열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적합’ 판정을 내림으로써 업체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다시 공은 양산시로 돌아왔다. 시는 일단 불허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또 다시 행정소송을 포함한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웅상지역 주민들은 또 다른 공포로 걱정에 쌓여 있다. 부산~양산을 오가는 대중교통수단인 삼신교통의 차고지가 경남도의 회야강 하천정비사업에 포함돼 내년 중순까지 이전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명동의 대단지 아파트 중간에 부지를 확보해 신설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987세대의 푸르지오아파트와 530세대의 화성파크드림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이전 예정지는 아파트 건물과 가까운 곳은 불과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소음과 매연 피해는 물론, 버스 연료인 압축천연가스(CNG) 저장 및 충전소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이유다.

아직 허가신청서가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지만 회사측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에 시작부터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이전설치반대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반대위측은 자체적으로 주요 시간대별 소음을 측정한 결과 버스가 지나갈 때의 소음이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가스저장용기 폭발사고에 대한 공포로 인해 가스저장소와 충전소가 주거밀집지역에 설치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버스 사업자측에서는 법상 가능한 지역을 찾아 부지를 확보하고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데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바탕에는 양산시도시계획조례가 있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건축물에 ‘시내버스차고지에 설치하는 액화석유가스충전소 및 고압가스 충전ㆍ저장소’를 포함해 놓았기 때문이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함은 중ㆍ고층주택을 중심으로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으로 전용주거지역보다는 다소 완화된 건축행위가 허용되지만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지역이라는 주거지역의 정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고층 아파트가 대단지로 조성돼 있는 곳에 고압가스 충전ㆍ저장소 설치를 허용한 조례는 재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행법에 허용된 건축행위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고민이다. 의료폐기물 소각장 행정심판 청구와 같이 허가관청의 불허가 또는 부적합 판정에 대하여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라는 구제절차를 이용할 수 있고 그래도 안 될 때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기관이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공무원들도 민감한 사안일수록 행정심판이나 소송에 의존해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분쟁의 조정을 기피하는 것으로 ‘면피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치나 행정의 기본이 국민을 편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 나가야 한다.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와의 협의를 통해 충분한 설득을 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법과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개정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도시계획조례와 같이 시의회에서 개정이 가능한 사항은 하루빨리 주민들 편에서 전향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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