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스위스 루체른·바르트- 첨단과 전통의 행복한 동행
유럽의 작은 보석으로 불리는 루체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알프스의 수려한 자연경관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관광 기반시설을 가지고 많은 이벤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루체른이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 한 건축물 덕분이다.
스위스 북부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 바르트. 이곳엔 수백년 된 역사적 건물을 활용해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사회적 기업이 있다. 전통과 모더니티, 혹은 개발과 보존처럼 함께하기 힘든 양면적 가치들이 공존하는 것은 이들 도시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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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체른을 국제문화도시로 탄생시킨 KKL센터. 뒤로 보이는 알프스와 호수의 조화가 일품이다. |
ⓒ 양산시민신문 |
연중 끊이지 않는 클래식 선율
인구 6만명에 불과한 루체른은 거대한 호수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호반의 도시’에 불과했다. 그나마 내세울만한 게 있다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인 200m 길이의 카펠교(1333년)가 자랑거리다.
사실 루체른은 음악과 인연이 꽤 깊다. 바그너·슈트라우스·토스카니니 등이 루체른에서 연주활동을 했으며 슈베르트·브람스·파가니니 등 후기낭만파 음악가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던 곳이다. 그러던 중 1938년 루체른 음악제를 개최했다. 루체른은 음악제를 통해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스쳐 지나가는 도시’에 머물렀다.
루체른은 연중무휴 클래식의 선율을 흐르게 하고 관광객을 붙잡는 ‘묘수’를 마련했다. 1998년 루체른 호수 위에 지어진 첨단 공연장인 루체른 문화컨벤션센터 ‘KKL (Kulturund Kongresszentrum Luzern)’이다.
KKL은 삼성리움미술관을 짓기도 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 미국 ARTEC사의 러셀 존슨의 음향 컨설팅이 빚어낸 ‘작품’이다. 우주선 모양의 음향 반사판이 별빛을 수놓은 듯 천정에 매달려 있고, 교향악·실내악·독주회 등 공연 장르에 따라 최적의 음향상태를 유지토록 했다. 특히 콘서트홀의 무대는 호수 수면보다 낮다. 이는 호수를 오가는 보트의 엔진 소음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설계이다.
루체른 호수의 북쪽이 르네상스 양식의 옛 시청사,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등 중세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16세기 구역’이라면, 호수의 남쪽에는 KKL 등 첨단양식을 상징하는 ‘21세기의 구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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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KL센터 주변 놀이시설에 북적대는 관광객들.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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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의 북쪽에는 중세도시의 옛 모습이 잘 보전돼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첨단·예술·전통 혼합된 관광인프라
KKL은 시카고심포니·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연주회를 갖고 인근 프랑스 등지에서 각종 회의를 위해 이곳을 찾는 등 매년 400여개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연 평균 방문객수도 50만명을 헤아린다. 관광수입도 2천400만 스위스프랑(한화 280억원)에 달한다.
산과 호수, 강으로 둘러싸인 작은 휴양도시 루체른은 KKL의 개관과 함께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급성장했다. 아니, KKL 덕분에 루체른에는 음악축제가 거의 연중무휴로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철은 물론이고 4월(부활절)과 11월(추수감사절) 휴가시즌에 관광객을 겨냥한 음악제가 열린다. 이 때문에 루체른 음악제는 KKL 덕분에 ‘페스티벌 중의 페스티벌’로 우뚝 성장했다.
이처럼 KKL은 문화도시 루체른의 랜드마크가 되어 ‘스쳐가는 방문객’을 붙들고 있다. 이를 두고 크리스찬 슈스 KKL 홍보책임자는 “첨단 건축양식과 예술의 결합으로 어우러진 KKL이 관광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루체른이 첨단과 예술, 전통이 혼합된 결과 도시의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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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무휴로 각종 음악제가 열리는 KKL콘서트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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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보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과 문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체른이 국제적인 문화도시이자 음악도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KKL의 건설이 큰 공을 세웠다. 이렇듯 KKL은 잘 지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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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 이팅겐 수도원>
정신유산까지 계승한 마케팅
수도원 개조·활용, 수익금으로 사회부조 활동
바르트는 스위스 북부에 위치한 해발 420m의 산자락에 올라앉은 중세도시이다. 이곳에는 역사적 건물의 재생을 통해 새로운 장소마케팅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농업공원’ 카르타우스 이팅겐(Kartaus Ittingen, 이팅겐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이 있다. 800년 동안 수도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이기 때문에 ‘이팅겐 수도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150년 전 수도원이 폐쇄되면서 현재 수도사들은 없다.
오랜 역사적인 건물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 지역주민들이 발기인이 돼 지난 1977년 공익적 활동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 현재 스위스 전역에서 후원회원으로 참여한 이가 4천여명을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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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년전 폐쇄됐던 수도원을 복원한 모습. |
ⓒ 양산시민신문 |
재단은 옛 건물을 복원하는 한편 박물관·호텔·게스트하우스·컨벤션·식당·유치원 등으로 활용했다. 또한 포도원·감자밭·옥수수밭 등 수도원 소유의 농장에 치즈공장·와인공장을 갖춰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재료로 우유·치즈·포도주 등을 만들어 호텔과 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던 수도사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수도원에서 생산된 일부 상품은 장애인들이 수도원 내 재활작업장에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연간 호텔 투숙객은 2만명, 레스토랑 손님은 6만명 등 전체 방문객은 한 해 10만명을 웃돈다. 이렇게해서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1천480만 스위스프랑(한화 170억원)이었다. 수익금은 다시 유지관리비와 인
건비에 충당하고 남은 돈은 사회부조에 쓴다.
이사벨 이팅겐수도원 안내원은 “이팅겐수도원은 수도원 건물만 빌려서 경제활동으로 돈을 버는 단순한 관광농원이 아니다”며 “과거의 전통과 정신까지 계승하면서 사회복지 활동을 하고 있는 공익재단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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