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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온정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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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이 필요한 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0/12/14 10:47 수정 2010.12.21 10:47



 
ⓒ 양산시민신문 
재벌 ‘맷값’, 모금회 비리 등
우울한 소식 넘쳐나지만
주변의 이웃 챙기는 손길은
연말 추위 녹이는 손난로


“뉴스가 없다는 것은 반가운 뉴스다”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연말의 세상살이가 우울한 소식들로 넘쳐난다.

북한땅을 코앞에 두고 늘 조마조마하게 살아오던 연평도 주민의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붕괴돼 피난민 신세가 되었는데도 국회에서는 연말 정례행사처럼 여야  간 육탄전이 벌어졌다. 4대강 사업이다, 한미FTA다, 중동 파병문제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지 못하고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다 보니 시정 폭력배의 난동과 다를 바 없는 아수라장이 연출된 것이다.

대기업 총수 집안의 40대 CEO가 삼촌뻘인 해직사원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맷값’으로 수천만원의 수표를 건넸다는 믿지 못할 뉴스도 있었다. 굶다 못 해 포도청에 가서 대신 곤장을 맞았다는 흥부 이야기는 들어 보았어도 대명천지에 “한 대에 3백만원이네” 하면서 사람을 죽을 정도로 흠씬 두들겨 패 놓고는 돈으로 입막음한다니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그 광경을 보면서 말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대들지 못하게 둘러싸서 위협에 동조한 직원들은 또 뭔가. 보도가 나간 뒤 그간 당했던 사람들 말을 들으니 더욱 가관이다. 사냥개를 몰고 와서 직원을 위협하지 않나,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아래층에 야구 방망이를 들고 따지러 가지 않나,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다.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이은 비리사건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연말 이웃돕기 사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국민들의 성금을 유흥비로 탕진하는가 하면 직원채용과 관련한 인사 비리, 대기업 수준의 지나친 급여 책정 등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도덕적 해이로 인해 모금 시장이 얼어붙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어렵게 된다는 데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세계경제 아젠다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긍지를 느낀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하지만 연이어 터져 나오는 정치와 사회 지도층의 후진적 행태는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회의가 들 지경이다.

굳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을 들먹이지 않더라 해도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누구나 답을 알고 있다. 서구에서 갑부들이 일반 국민에게 비난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사회기부다. 그들은 자신이 번 돈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한다.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재벌들은 기부를 생활화하고 있다. 거기에는 소득에 대한 고율의 세금징수에 대응하는 관행이라는 설도 있지만 많은 재산을 죽기 전에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는 약속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사회가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계층 간 위화감이 사라져야 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인간성마저 멸시당한다면 올바른 사회라 할 수 없다. 세칭 ‘명품녀’가 전파를 타고, 말초적 인기 프로에 거액을 투입하는 방송이 존재하는 한 ‘벌 수 있을 때 양껏 벌어 보겠다’며 생니를 뽑고, 관절을 부러뜨리면서까지 군대를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장원리만 내세워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을 부채질하는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고학력 청년실업을 줄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정부가 다해주지 못할 때 사회 지도층이 나서야 한다. ‘맷값’으로 돈다발을 쓸 것이 아니라 기부활동에 내놓아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는 안 된다. 모금단체가 잘못했다 해서 기부를 않겠다는 것은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들 때문에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날씨도 그렇고 온정의 온도계도 올라가지 않는다. 배추값 파동으로 김장도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그래도 여러 복지협의체와 봉사단체들이 앞장서 쌀이며 김치를 마련해 나눔의 실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하지만 그들도 한목소리로 호소한다. 좀 더 많이 나누어주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된다고 아쉬워 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주위를 둘러보자. 홀로 사는 어르신의 집에 가서 아랫목에 손을 넣어 온기를 확인해 보자. 쌀독을 들어 살펴보고, 냉장고도 한 번 열어보자.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지정기부를 통해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한테 부탁해서라도 공동체 운동에 동참하자. 마음으로부터 온정이 넘치는 세상에는 히터보다 더 강한 온풍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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