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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令)이 서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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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令)이 서는 사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61호 입력 2010/12/28 09:49 수정 2010.12.28 09:49



 
ⓒ 양산시민신문 
국가의 영이 서지 않고
교사의 위신이 추락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둡다
도덕과 실천으로 솔선하고
가정과 학교교육 강화해야


K형.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경인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 초점에 우리나라가 있습니다. 연평도 피격사건은 말 그대로 국민들에게는 60년 만에 처음 겪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피난의 개념이 확연하게 각인됐습니다.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한 군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정부가 혼쭐이 났습니다. 급기야 국방장관이 자리를 물러나고 강경 이미지의 야전군 장군 출신이 임명돼 대북 경고메시지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지요. 적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휘관의 명령이 부하들에게 제대로 먹히겠습니까. 뒤늦게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중 대규모 사격훈련을 감행하며 북한을 자극했지만 이미 미국의 힘을 아는 그들이 반발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난 후라는 거지요.

정치인들은 국가위기마저도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피격 다음날 현지를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은 포격으로 그을린 소주병을 들고 기자들 앞에서 ‘진짜 폭탄주’라고 했다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보온병을 포탄으로 잘못 알고 발언하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됐지요. 안 대표는 최근 성형하지 않은 여성을 비하하는 ‘자연산’ 발언 때문에 정치생명마저 궁지에 몰렸습니다.

교육현장은 더욱 시끄럽습니다. 진보진영 출신의 교육감이 다수 진출하면서 교육평준화와 무상급식 문제도 정부 여당측과 대립이 불가피했습니다. 민노당 가입 교사들의 징계를 두고도 각 시ㆍ도마다 처리방법이 달라 반발을 사는가 하면 시ㆍ도의회 구성에 따라 무상급식을 두고 추진방향이 극명하게 갈라졌습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교육감과 의회가 한편이 되어 무상급식을 주도하고 있고 반대로 경남도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의 무상급식 추진에 의회가 대폭 삭감으로 맞섰습니다. 시ㆍ도지사의 정책과 충돌한 수도권 지역을 겨냥해 이젠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내년 2월 정부 지원금 확정 때 무상급식으로 전용한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거지요.

최근 교사와 학생 사이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체벌이 사실상 금지되고 있는 실정에서 훈육을 매로 시행하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교사들은 아이들의 저항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핵가족시대의 영향으로 ‘내 아이’ 위주의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요즘의 부모들은 학교생활에 있어 아이들의 입장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있지요. 오죽하면 ‘선생은 봉이다’라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겠습니까. 교실 안에서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된 데는 교사들의 책임도 없지 않겠죠.

한 마디로 영(令)이 서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의 어른 말도 듣지 않고 학교에서 선생님의 회초리도 거부하는 세상입니다. 직장에서는 상사를 우습게 알고 익명의 도살자가 되어 갑니다. 왜 이렇게 삭막하게 변하고 있는 걸까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은 이제 국가마저도 정보를 획일화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지극한 개인주의, 나아가 이기적 성향에 물들어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학습시키는 유일한 수단은 교육입니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서로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사회는 새로운 구성원을 유입시키는 데 질적 보장을 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육의 핵심은 솔선수범과 도덕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바로 그것이지요. 가진 자, 위에 있는 자, 많이 배운 자가 스스로 도덕적 인식하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영이 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정을 말할 수 없는 자가 내세우는 룰은 먹혀들지 않는 것이지요.

지난 7월 새로 출범한 민선 5기 시대의 본격적인 출범에 앞서 양산시에서도 새로운 물갈이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조직의 개편 말입니다. 여기에는 고위공직자의 퇴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사에는 늘 잡음이 따르지요. 하지만 원칙이 있는 인사는 비난을 비켜갈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 경륜을 아까이 여기면서도 새로운 물결을 능히 감수하는, 공직자의 담금질된 능력을 충분히 활용한 뒤 예우를 통해 보상하고 후배들은 그들을 존경하며 따르는 그런 조직이 되어야만 기강이 바로잡힐 것입니다.

K형, 다가오는 신묘년은 국가와 정치, 교육현장과 경제 등 모든 사회 조직에서 영이 바로 서는 한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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