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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패륜범죄 해결의 출발점
오피니언

패륜범죄 해결의 출발점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65호 입력 2011/01/25 09:43 수정 2011.01.25 09:43



 
ⓒ 양산시민신문 
어린 딸 구타해 살해한 엄마
그 자신 폭력으로 얼룩진 유년
반사회적 성장 막기 위해선
부모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


문화의 탈(脫)경계로 인해 일상화된 미국이나 일본 드라마, 그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과학수사와 성범죄수사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천륜을 무시한 범죄가 판치는 현장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정신적 문제로 인해 충동적으로 연쇄살인이나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을 대할 때면 인간의 단말마적 잔인성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럴 경우 대부분 범인들의 성장과정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을 볼 때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다행히도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의 백성답게, 총기소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나라의 국민답게 잔혹한 범죄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산다는 안도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지구촌이 한동네가 되면서 안전지대는 사라져 버렸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충격적인 일들마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는 정신미숙아들의 진화가 잔인한 패륜범죄나 동반자살, 문화재 방화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임에 흠뻑 빠져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이 낳은 갓난 아이를 굶어 죽도록 방치하는 모순이 자행되는 곳, 바로 우리 현실이다.

며칠 전 아침 뉴스에는 두 살된 딸이 칭얼거린다고 때려죽인 엄마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딸의 사체를 버린 곳이 우리 지역 한 야산으로 발표돼 관심을 갖고 들어보니 10년 전에도 이미 생후 4개월 된 딸을 살해한 전력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생활이 짜증나 집을 나가면서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욱하는 마음에 때렸다”는 피의자의 말은 친엄마의 그것으로 듣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피의자 임 씨는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고아로 자랐고 입양된 후에도 노름과 술에 빠진 엄마 대신 아빠 밥을 도맡아 차려주는 등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란 임 씨는 스물여섯살에 남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됐는데 상습적인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 이때 4개월 된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5년 울산으로 이사해 지금의 남편과 가정을 꾸렸지만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사이가 멀어져 가출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또 다시 패륜의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게 수사당국의 이야기다. 딸을 살해한 뒤에도 8개월 가까이 울산의 다방 등을 전전하며 가출생활을 이어갔다는 임 씨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고 평소에도 거친 욕설을 다반사로 하는 등 과격한 언행을 보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위기 청소년을 관리하는 체계에서 보면 올바른 성장을 담보하는 기본은 부모의 역할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제대로 본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의 사회적 소양을 형성해 가는데 필요한 양분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부모교육이다. 위기청소년 지원을 위한 사회안전망인 CYS-NET를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서는 1999년부터 매년 체계적인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내용과 함께 이혼가정 부모 지원과 가족사랑 나누기행사 등이 포함돼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출신의 제한적 영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환경의 영향을 받았느냐 하는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어릴 때 뇌리에 깊숙하게 각인된 폭력과 방치 등 비인간적 대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사회적 성향으로 발전하기 쉽다. 또한 그것은 충동적인 범죄나 자살 등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쉽다. ‘맞고 큰 사람이 자기도 매질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고백은 가정폭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사회의 시대적 특성이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맞벌이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이혼 등 결손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사회 각 부분에서 다양하고 지속적인 부모교육이 추진되어야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는다면 어떤 성인이 될 것인지 결과는 분명하다. 파렴치하고 흉포한 반사회 범죄가 늘어나고 있음에 대해 보다 깊은 곳에서 원인을 찾고 그것을 치료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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