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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정치인의 약속 불이행
오피니언

정치인의 약속 불이행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70호 입력 2011/03/08 10:19 수정 2011.03.08 10:15




 
ⓒ 양산시민신문 
정치적 실리 따라 흔들리는
과학도시·영남권신공항 공약
웅상 지하철 약속도 공염불
표에만 관심, 약속은 뒷전


미국의 정치가 버나드 바루크가 말했다. “공약을 가장 적게 한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져라. 그가 실망을 가장 적게 줄 것이다”

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2월 초 한 방송좌담회에서 충청권 유치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 의사를 밝혀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일 뒤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상반기 중에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정부에서 3월 중에 입지선정을 끝내겠다는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 부산시와 영남권 지자체 사이의 신공항 유치 대립이 심화되자 여당 대표와 최측근 인사들 입에서 ‘정치적 부담 때문에 결정 힘들 것’이라느니 ‘신공항 무용론’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덕도와 밀양으로 나뉘어 맞서고 있는 부산과 경남의 관계자들도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2일 도청 정례조회에서 “영남주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청와대와 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지역 간 갈등이 조장돼 국론이 분열됐다는데 그 갈등과 국론분열의 원인자가 누구냐”며 공개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의회도 여당측에서 신공항 재검토 발언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부산지역의 250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가덕도 신공항 유치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 여당이 신공항 자체를 무산시키려 한다면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은 당장 다음달 재ㆍ보선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경남 등 세 곳의 국회의원 선거와 강원도 광역단체장, 울산 중구 등 다섯 곳의 기초단체장 재ㆍ보궐선거가 4월 27일 치러질 예정이다. 내년의 19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느라 여야 모두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잃는게 너무 많다는 정치적 논리로 입지 선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양산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웅상 지하철 유치’가 바로 그것이다. 웅상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부산 지하철 연장사업은 이미 10년 전부터 대표적인 선거공약으로 거론돼 왔다. 3년 전 웅상발전협의회는 8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시와 도에 진달했다. 웅촌면을 포함하긴 했지만 웅상지역 주민이 모두 합쳐야 9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전 주민의 서명을 받은 셈이다.

주민들은 대선 공약이라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믿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전 덕계동을 방문했을 때 직접 웅상 지하철 유치를 약속했던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약속해 왔다. 시장이나 시ㆍ도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웅상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업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제 웅상지역 사람들은 알 만큼 안다. ‘웅상 지하철’이 ‘뜬구름 잡는 희망사항’으로 그 실현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전철 유치로 인해 엄청난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용인시나 김해시의 실례를 접하면서 경제성을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가 가져오는 후폭풍을 실감하고 있다. 부적절한 수요 예측과 운용적자 보전에 대한 산출방식이 잘못되면 지자체가 떠안아야 할 혈세의 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경제적인 사업을 왜 공약으로 제시했느냐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섶을 지고 불에라도 들어갈’ 사람들이다. 애시당초 과학적으로 또는 경제적 판단으로 결정할 문제라면 왜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처럼 약속하느냐 하는 것이다. 주민들도 바보가 아니다. ‘웅상 경전철 사업’에 경제성이 결여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절실히 필요해서 숙원이 된 것인데 정치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해결해 줄 것처럼 약속하고 표를 얻어간 것이다. 처음부터 안 될 것은 안 된다고 하고 다른 대안을 찾도록 설득했어야 한다. 애당초 지키지 못할 약속을 이어온 것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보다 더 비겁할 수는 없다.

“정치인들은 어디서나 똑같다. 그들은 심지어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말은 냉전시대 소련 수상 흐루시초프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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