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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포스트 박희태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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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희태를 걱정한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75호 입력 2011/04/12 09:29 수정 2011.04.12 09:17



 
ⓒ 양산시민신문 
사송신도시, 지하철 연장 등
국회의장 영향력 커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는 독자생존력 강화해야


지금 양산은 박희태 국회의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박 의장은 2년 전 허범도 의원의 낙마로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돼 18대 국회 하반기 의장까지 올랐다. ‘큰 양산 만들기’를 표방하는 박 의장의 6선 관록에 힘입어 바야흐로 양산은 국책사업의 추진에서 괄목할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임기는 내년 총선까지.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불과 얼마 전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공약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된 경위와 사과를 들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은 그렇게 ‘필요는 하지만 아직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처분됐다. 부산과 경남을 비롯한 영남지방 시ㆍ도에서 배수진을 치고 극한 대립을 펼쳤지만 어느 한 쪽도 성공하지 못한 채 ‘수도권공화국’의 쓴 맛을 보는 데 그쳤다. 그만큼 지방에서의 국책사업 유치는 어렵기가 ‘바늘구멍에 낙타 지나가기’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해 탄생한 LH공사 사장의 눈물어린 하소연도 화제꺼리다. 정부에서 강요하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이나 대규모 토지개발사업 등에서의 누적적자에 따른 경영애로를 토로하는 것. LH공사는 전국 수십개의 추진 중이거나 계획단계인 사업장에 대해 전면 재검토와 함께 보류나 시행포기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의 등쌀에 죽을 지경이라는 게 공사 사장의 하소연이다.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공기업의 경영개선을 외치지만 뒤로는 자기 지역구에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강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막장 예능프로그램의 구호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지역에서도 LH공사와 관련된 대형 사업장이 몇 군데 있다. 착공 10년이 넘도록 끝이 보이지 않는 물금신도시조성사업이 그렇고, 이미 보상이 마무리된 사송신도시와 손도 대지 못한 가산첨단복합단지가 있다. 그 중 사송미니신도시는 자칫 표류할 뻔 했다가 다시 본격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노포동과 북정을 잇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연장시공과도 맛물려 있다. 이 두 사업의 적극 추진 배경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있다.

양산시는 또 지난해 말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대석저수지 확장사업을 추진했다. 건천으로 변하고 있는 양산천의 유지수 확보와 함께 대석마을 주변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농수산식품부로부터 국비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행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마을 일부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설계방향에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암초에 부딛쳤다.

시민사회에 공론화하면서 환경과 주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뒤 공감대를 끌어내고 절차를 밟아 시행해야 할 대형 사업을 너무 성급하게 졸속적으로 처리한 배경에는 박 의장의 재임시에 중앙부처를 압박하여 대규모 국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나동연 시장의 의욕이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대법원장과 함께 삼부요인의 한 사람인 국회의장은 비록 여당 당적을 버렸다 하더라도 정치권이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여당으로서는 쟁점인 법안의 상정과 통과를 위해 비위를 거슬릴 수 없고 정부에서도 같은 이유로 의장실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다. 한나라당에서 양산지역구의 당원운영협의회 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는 것도 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박 의장의 심기를 거슬리기 싫은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박 의장이 내년 총선에도 나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때에도 중앙부처나 공기업, 또는 부산철도공사 같은 곳에서 양산의 이익을 위해 순순히 양보해 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그 때 가서 보자’고 벼르고 있을 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양산시는 시장 이하 간부직 공무원들이 단단히 마음을 먹고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지자체의 독립적 경영이 요원함은 다 알고 있다. 점점 취약해져 가는 지방재정을 비추어 볼 때 국가예산의 지원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발전의 첩경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장이라는 큰 배경을 등에 업고 마냥 단꿈에 빠져 있다보면 양산시의 대외교섭력과 선호도는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장이 만들어주는 여건을 잘 활용하여 정부 각 부처와 중요한 공공기관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뒷날을 도모하지 않으면 ‘형이 떠난 후 외톨이가 된 동생’의 상황은 단지 우화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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