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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수갑 찬 워싱턴 시장(市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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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워싱턴 시장(市長)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76호 입력 2011/04/19 09:36 수정 2011.04.19 09:22



 
ⓒ 양산시민신문 
기초질서는 문명사회를 사는
인간의 공존을 위한 필수요소
편파와 특혜, 차등대우 없애
엄정한 공권력 집행해 나가야


현직 서울시장이 길거리에서 수갑을 차고 연행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지난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빈센트 그레이 시장이 불법시위를 벌이다 도로 점거와 불법 집회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관들이 시장의 두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호주머니를 뒤져 소지품을 압수하는 장면이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그레이 시장은 체포된 지 7시간이 지나서야 보석금을 내고 풀려 났지만 경범죄 혐의로 재판정에 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최근 미국은 연방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연방정부의 일시적 폐쇄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최종 시한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원의장과 상원 원내대표와 조정된 연방 예산안을 합의했다. 워싱턴 D.C로서는 이 예산안에 따르면 시 예산으로 저소득 여성의 낙태 시술을 지원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레이 시장과 시의원 등 일행이 워싱턴 의사당 앞 도로에서 30분간 연좌농성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공권력의 과잉대응이 가끔 지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혼란을 제압하는 사법권의 집행이 매우 엄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프로야구 관람 도중 경기장 안으로 물병을 던진 관객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공안경찰이 찾아내 퇴장시킨다. 군중 속에 숨어있는 혐의자 색출에는 중계방송 카메라도 일조를 한다. 경기장 내에 수십개가 포진되 있는 카메라가 혐의자를 찾아내 전광판에 노출시켜서 경찰관이 검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적발된 당사자가 연행과 퇴장 조치에 군말없이 응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그레이 시장이 순순히 체포, 연행되는 과정을 화면에서 지켜본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소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현직 시장에게 당당히 수갑을 채우는 경찰관이나 아무런 항의 없이 법 집행에 응하는 시장의 모습이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국회의원을 포함해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해도 제재받지 않는다. 물론 적법절차를 밟아서 진행하는 집회는 논외다. 수십대의 경찰버스가 집결해 만만한 의무경찰들이 제지에 나서도 일단 군중화된 세력에게는 공권력이 접근하지 못한다. 반정부 집회, 부당노동대응집회, 지역이기주의적 민원집회 등 다수로 포장된 군중에게 과잉대응은 금물이다. 혹시 인명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경찰간부가 나서서 사과하고 수습해야 되는 실정이다. 치안센터나 관광지 파출소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려도 달래거나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시 똑같은 이유에서다.

한 유력 정치인의 혼사가 있던 예식장 주변 간선도로에 이중삼중으로 정차한 고급승용차의 모습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었다. 단속해야 할 경찰은 오히려 도로를 메운 차량의 소통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몇 년전 가까운 도시의 한 유력인사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비행기에서 술을 먹고 난동을 부리다 강제로 쫓겨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서양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유교의 영향을 받은 동양에서는 계급의 차이가 사회관념으로 고정돼 왔다. ‘양반’으로 지칭되는 특권층은 하위계급 백성들과는 다른 사회적 대우를 받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함으로써 사회 제도에까지도 우월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본지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기초질서가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례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무질서한 불법주차와 교통법규 위반사례에 대한 엄정한 단속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에서도 매번 기초질서 확립이라는 치안목표를 내세우고 있으면서 상권 위축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이는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시민의식이 바탕이 된 ‘기초질서 지키기’는 일회성 캠페인으로 지나칠 일이 결코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교통질서를 몸에 배도록 가르친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대해서도 가정과 학교에서 충분히 습득하도록 한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성을 함양한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인 치안활동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사회 지도층 인사라도 법을 어기면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묻는다는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 이번 워싱턴 시장 체포사건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시민들에게 공권력의 행사가 동일하게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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