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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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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부활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77호 입력 2011/04/26 09:30 수정 2011.04.26 09:29



 
ⓒ 양산시민신문 
낙후된 물금구도심 살리고
나아가 원동까지 이어질까
환경을 생각한 관광자원화
‘황산강 베랑길 복원’ 반갑다


2007년 9월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 제1코스를 개장한 ‘제주 올레길’은 관광특구 제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도보 순례길인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주도로 개척된 제주 올레길은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15km 내외의 21개 코스 약 350km에 달하는 제주 올레길이 특별한 것은 자연을 그대로 맞이하는 환경적 요소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계획적인 코스 개발과 체계적인 홍보가 성공하면서 제주도의 관광 진흥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현대는 바야흐로 웰빙과 웰다잉의 시대다. 급속도로 발달한 문명의 이면에 건강한 삶과 죽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제주 올레길의 성공을 경험한 많은 지자체에서 도보길이나 자전거길 등 다양한 길의 조성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가까운 부산만 하더라도 회동수원지 주변을 도보용 데크로 연결해 걸으면서 주변 풍광을 즐기도록 만들어 놓았다. 경북 문경시는 옛 한양 가는 길인 ‘문경새재’의 옛길을 복원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양산시가 물금읍 낙동강변을 따라 황산잔도를 산책로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은 환영할 만하다. ‘황산강 베랑길 복원사업’으로 명명하고 국비 등 10억여원을 투입해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것이다. 황산강은 낙동강 하류의 옛 이름이고 베랑은 벼랑의 지역 사투리다. 잔도(棧道)란 깎아지른 벼랑에 길을 뚫거나 선반을 달 듯이 다리를 만드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황산잔도는 대동여지도에 ‘황산도’로 표기돼 있고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에도 나온다. 과거 부산 동래 등지에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 꼭 지나야 할 길로 ‘영남대로’의 한 구간이었다. 영남대로에는 3대 잔도가 있는데 낙동강변 벼랑을 따라 길을 낸 황산잔도와 밀양의 작원잔도, 문경새재를 넘는 관갑천잔도가 그것이다.
최근 들어 지역의 문화계와 사학계에서는 관광 양산의 취지에 부응하는 낙동강변 옛길 복원을 주창해 왔다. 또한, 동래~양산~황산역을 거쳐 밀양~대구~조령~한양으로 이어지는 영남대로 중 양산구간의 통신사 옛길을 복원하자는 제언도 있었다. 동래를 출발한 영남대로 황산역길은 동면 사배 고개에서 시작돼 다방과 읍내를 거쳐 곡포다리(지금의 영대교)를 건너 신주와 가촌마을을 경유해 황산역에 이른다. 물금나루를 지나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물 제491호인 석조여래좌상이 안치된 용화사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부터 황산잔도를 지나게 되는데 토교까지는 약 2.5km 지만 현재는 길이 끊겨 있다.

양산시도 황산강 베랑길의 복원으로 주변 관광명소를 알릴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시대 명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가 남아있다는 임경대를 비롯하여 용화사, 옛 철광산 터를 만날 수 있고 토교의 석교비도 이야기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황산잔도는 다른 곳과는 달리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풍광을 직접 조망할 수 있어 부산, 울산 등지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경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낙조는 사진작가들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양산시의 계획은 우선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선정에 따른 5억원의 국비를 포함해 1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이달 중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면 늦어도 올 하반기에 착공할 수 있고 내년 말 안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양산시의 황산강 베랑길 복원사업이 한 번의 이벤트성 사업으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향토 사학자들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황산잔도와 함께 황산역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산역의 복원은 조선시대 역사의 모습과 역원, 역졸들의 근부행태와 생활상을 함께 보여주면서 관광자원화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낙후된 물금읍 원도심 주변의 부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황산강 베랑길의 입구가 될 서부마을은 제주 올레길의 출발지처럼 관광안내소를 겸한 집결지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황산잔도의 홍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좀더 요구하자면 토교까지의 1차 복원사업 이후에라도 계속해서 낙동강변을 따라 원동까지 이어진 걷는 길을 조성하여 매화꽃 축제가 열리는 순매원을 지나 가야진용신제가 열리는 용당리 가야진사까지 순례할 수 있는 ‘황산강 유람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길을 따라 걷는 순례자들은 현대의 최치원이 되어 낙동강의 석양을 음미하면서 시 한 수 지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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