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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평생학습축제에 전야제 쇼는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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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평생학습축제에 전야제 쇼는 웬 말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79호 입력 2011/05/10 09:39 수정 2011.05.10 09:35



 
ⓒ 양산시민신문 
전야제엔 인파가 몰리고
본 행사는 그들만의 잔치
비용 전가도 문제지만
가수공연 필요성 짚어봐야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가정의 달이자 갖가지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5월을 맞아 다양한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양산천 둔치에서 양산평생학습축제가 열렸다. ‘배움의 샘, 지혜의 숲, 평생학습 양산’이라는 주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평생학습 참여의식을 조성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틀간의 본 행사에 앞서 전야제 성격으로 진행된 한 방송국의 축하공연에 대해 말들이 많다.

두 시간가량 방송녹화용으로 계속된 공연은 유명 방송인과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참가하여 흥겨운 쇼를 연출하면서 봄비 속에서도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즐거운 밤을 선사했다. 하지만 다른 시민축제와 달리 교육적 의미가 강한 평생학습축제에 수천만원을 들여 방송사 공연을 유치해야 했는지 의심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지에서 지난주 보도한 것 처럼 양산시는 이날 공연을 위해 지역 기업과 금융기관으로부터 5천만원을 협찬받았다고 한다. 애당초 시가 방송국 주관 공연을 유치했다고 할 때는 비용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방송국 측에서 진행비용을 요구함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지역 상공인들에게 협찬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시는 시 예산을 지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쭐할지는 모르겠지만 침체된 지역경제를 감안할 때 불필요한 준조세를 부담시킨 행위는 잘 했다고 할 수 없다.

비용의 부담을 떠나서 방송국 주관의 가수초청 공연이 과연 평생학습축제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유채꽃 축제나 삽량문화축전처럼 시민화합 잔치나 관광객 유치용 행사라면 문제가 다르다. 하지만 평생학습축제가 무엇인가. 시가 내세우는 ‘평생학습도시’의 이미지에 걸맞게 평생학습 과정에서 생산된 결과물의 발표와 전시를 통해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평생학습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보면 본 행사가 열리는 주말의 이틀에 앞서 하루 전날에 개막식과 축하공연이 펼쳐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평생학습축제에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일에 일정을 잡아야지 다음날 본 행사장이 시민들의 발걸음은 한산한 채 관계자들만의 잔치로 일관되는 것을 어떻게 변명한단 말인가.

축제 내용 중에도 평생학습동아리 경연마당이 계획돼 있다. 여기에는 어린이를 비롯해 청소년, 일반 거기다 다문화가족 경연까지 다양하게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이런 경연들을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활용하면 본 행사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제고되는 것 아니겠는가. 준비하는 측에서 보면 보다 많은 시민들을 현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기성 가수 공연을 생각하는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개막식만 성황이면 무엇한단 말인가.

우리는 과거 많은 지역축제에서 전야제라는 이름 아래 방송국 축하공연이나 별도의 연예기획사를 통한 유명가수 공연행사를 거액을 들여 유치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전임 시장 재임시절 한 축제에서는 개막축하공연에 수만명의 시민이 운집해 시장을 흡족하게 했지만 막상 그 다음날의 본 축제에는 직ㆍ간접적으로 행사에 동원된 사람들 외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상파 방송에서는 전국 순회공연 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 지자체의 협찬을 요구하는 관행이 만연하고 있다. 방송국으로서는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지자체에서는 많은 주민이 모이는 행사에 단체장 얼굴 내기가 십상이라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러다 보니 매번 대규모 행사 때마다 전야제 공연 유치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예총 주관으로 양산예술제와 청소년예술제가 사흘 동안 펼쳐진다. 첫날 저녁 개막식에서는 연예인협회가 주관하는 시민노래자랑 행사가 열리는데 지역 가수들이 초청돼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축하공연을 경험한 시민들이 얼마나 지역 연예인들의 공연에 호응해 줄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지역의 행사는 무엇보다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교감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즐기는 축제가 되는 것이 좋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소박하고 정겨운 잔치가 부끄러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전국적으로 축제가 난립되면서 소모성 행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 때에 엄연히 그 목적이 뚜렷한 평생학습축제나 기업박람회, 또는 대규모 체육행사 등에 어울리지 않는 축하공연을 핑계로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하는 사례가 앞으로는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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