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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新) 토박이론
오피니언

신(新) 토박이론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0호 입력 2011/05/17 09:22 수정 2011.05.17 09:16



 
ⓒ 양산시민신문 
양산은 다양한 사회
토박이, 외지인 구분보다
함께 부딪치며 살면서
지역사랑 키워 나갈 때


1973년 당시 경남도내에서도 막강한 세를 과시하던 동래군이 양산군에 편입된다는 발표가 나자 동래군 지역의 원로 유지들과 유림 등에서 엄청난 반발을 했다. 경부고속도로가 막 개통되면서 발전 잠재력이 인정받게 되긴 했지만 1차산업이 주를 이루는 농촌지역에 불과했던 양산군으로서는 그야말로 복덩이를 얻은 셈이었다.

하지만 동래군으로서는 자존심을 상한 조치라며 오랫동안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약 40년이 지난 지금 양산은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인구의 80%를 넘어서고 있다. 일종의 다문화사회가 된 것이다. 1970년대 말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공업단지에 부산 도심에 있던 공장들이 하나둘 이전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신흥공업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많은 기업체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자연히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고, 그들을 수용하는 아파트가 속속 지어졌다. 기업활동이 왕성하다 보니 상업이 번창하게 되고 1차 산업의 쇠퇴와 함께 상공업이 활발해지면서 외부 유입인구는 급증하게 된 것이다.

물금신도시 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인근 대도시 거주자들을 끌어 모으게 됨으로써 타지인 유입은 더욱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부산 중심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가격은 베드타운으로서의 기능을 항진시켰다. 신도시 노른자로 2년 전 중앙동에서 분리된 양주동은 양산 토박이가 몇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토박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대대로 그 땅에서 나서 오래도록 살아 내려오는 사람’ 즉 ‘본토박이’와 같은 말이라고 나와 있다. 얼마 전 개교 100주년을 맞은 양산초등학교는 양산의 역사 속에서 중추적인 교육 요람이었다. 100년이나 되었으니 당연히 3대나 4대가 동문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방자치 이후 민선 시장 4명 중 3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양산초 출신은 대부분 이 고장 토박이다.

토박이의 사전적 의미에서 해석의 차이는 없지 않다. 지난 17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화두로 떠오른 ‘양산사람’ 논쟁은 토박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낙하산 공천이 문제의 핵심이었지만 그 안에는 국회의원 자리를 타지인에게 줄 수 없다는 토박이 집단의 반발이 자리한 것이다.

그러면 진정 토박이는 누구인가. 사전적 의미로 국한한다면 이 땅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성년이 되기 전에 이미 타지로 나가 계속해서 살고 있는 인물은 토박이가 될 수 없다. 본인의 선대는 토박이라 할지라도 자신과 자식들 모두 타지에서 생활한다면 토박이의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때 양산으로 이주해서 자손 대대로 살고 있는 집안은 토박이가 되지 못하는 걸까. 현재는 ‘그렇다’가 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심리적 경계가 상당부분 허물어지고 있다. 양산에서 살고 있는 많은 타지인들이 그들만의 향우회를 통한 친목을 다지면서도 양산의 주류사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역의 여러 사회단체나 봉사단체에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지역사회활동에 주도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많은 타지인들은 이제 같은 ‘양산사람’으로 불러주기를 희망한다.

지방선거에서도 터부가 깨지고 있다. 지난해 시의원선거에서 남해 출신의 한옥문 의원과 산청 출신의 심경숙 의원이 당선된데 이어 얼마 전 덕계ㆍ평산동 시의원재선거에서는 부산이 고향인 이상정 의원이 당선됐다. 당선자들의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에 더 큰 원인이 있겠지만 더 이상 지방정치에 토박이 불패론은 사라진 것이다.

양산의 인적 구성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면서도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회에 깊이 발을 담가 살고 있는 많은 시민들이 이제 새로운 토박이로 대접받고 주류로 나서도록 화합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때가 된 것이다. 10%대에 불과한 순혈 토박이의 진한 애향심도 좋지만 지역사회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또다른 새 토박이들도 품 안에 끌어당기자는 말이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노랫말도 있듯이 이 고장에서 밥 벌어먹고 자식들 낳아 양육하면서 세금내고 살아간다면 토박이의 계보를 이어갈 입향조(入鄕祖, 어떤 마을에 맨 처음 들어와 터를 잡은 사람)로 봐 줄 수 있지 않겠나.

매년 열리는 서부 4개군 출신 향우들의 친목모임에서 어떤 인사가 ‘항상 고향을 잊지 않되 지금 살고 있는 양산시의 시민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살자’고 인사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토박이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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