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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퓨 제임스 랜드리콤(Mattew James Landricombe, 26)은 덕계동 주민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살기 위해 양산을 찾았고, 3년 전 그녀와 결혼해 양산에 정착한 양산사람이다. 5년 이상 거주해야 귀화 신청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정식으로 한국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마퓨는 양산이 ‘제2의 고향’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사랑
날벼락이었다. 좋아하는 축구를, 아니 생명과도 같은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마퓨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인으로 축구선수를 꿈꾸며 9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마퓨는 Woodford Colts 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합 도중 발생한 아킬레스건 부상은 마퓨의 꿈을 앗아갔다. 그의 나이 18살이었다. 1년 동안 재활치료를 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지만 기량은 예전만 못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더 이상 운동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다. ‘축구선수의 꿈을 뒤로 한 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마퓨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 영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퓨는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보영(30) 씨는 미용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매일 반복된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공부하던 미용을 잠시 내려놓고 외국에 나가 평소 공부하고 싶었던 영어 공부와 함께 견문을 넓히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자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2006년, 25살이 된 보영 씨는 워킹비자를 받아 호주로 떠났다.
한편 호주에 도착한 마퓨는 한적한 농장을 찾았다. 조용한 곳에서 지내다 보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농장에서 잠을 자고 일도 거들면서 지내던 마퓨에게 하루는 한 동양인이 다가왔다.
“Hello” 수줍게 인사를 건넨 동양인은 바로 보영 씨였다. 마퓨와 보영 씨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서로의 고향에서 많이 떨어진 호주의 한 농장에서 둘은 그렇게 가까워졌다. 국적, 나이차는 서로 사랑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이제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2007년 12월 마퓨는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보영 씨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으로 반드시 온다는 약속이었다. 3개월 후, 마퓨는 한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보영 씨가 있는 덕계동으로 찾아왔다. 보영 씨의 부모님을 만나고 결혼승낙을 받았다. 둘이 너무 사랑하는 모습에 보영 씨의 부모님도 결혼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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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의 서막 그리고 위기
보영 씨를 위해 축구선수의 꿈을 접고, 고향도 떠난 마퓨지만 축구가 늘 그리웠다. 어느 날 보영 씨의 눈에 마퓨가 아이들이 공차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퓨, 아이들한테 축구 가르쳐 보지 않을래?” “정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친다면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때마침 덕계동에 조그만 사설 인조잔디 구장이 사용하지 않은 채 비어 있었다. 마퓨와 보영 씨는 서둘러 인조잔디 구장을 임대했다. 보영 씨는 마퓨가 원어민으로서 아이들에게 축구와 함께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영어축구교실을 차렸다. 그렇게 이곳 양산에서 마퓨의 제2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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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해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보영도 저도 몸과 마음이 지쳐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제가 포기한 꿈을 저 때문에 아이들이 포기하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내 생애 최고의 행복
마퓨는 요즘 너무나 행복하다. 사랑하는 보영 씨와 아들 데니스가 곁에 있고, 아이들이 자신이 가르친 영어로 말을 걸어오고, 축구실력도 느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을 보고 한없이 밝은 웃음을 짓는 마퓨에게 가끔 보영 씨가 묻곤 한다.
“마퓨, 영국으로 돌아가서 축구선수 하고 싶지 않아? 이곳에 와서 살고 있는 거 후회하지 않아?”
“난 말이야, 어떻게 보면 부상을 입은 것이 내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덕분에 너를 만났고, 사랑하는 아들이 탄생했고, 이렇게 멋진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어! 지금 보다 어떻게 더 행복할 수가 있겠니?”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마퓨의 모습에 보영 씨의 얼굴에도 어느새 웃음이 번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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