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시혜를 베풀고 수혜자가 그것을 겸연쩍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수혜자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수혜자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시행하는 아동 급식전자카드는 ‘수혜자 존중’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아 알맹이 빠진 복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무료로 급식을 지원받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기존 지급하던 상품권 대신 ‘희망양산카드’라는 이름의 급식전자카드를 도입해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가 1인 1식 4천원 기준으로 비용을 미리 카드에 입금하면 어린이가 카드로 가맹점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선불카드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수혜자 존중이라는 개념을 무시했다는 데 있다. 시는 급식카드를 도입하면서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맹점을 다양하게 확보해 어린이들이 급식 선택의 폭을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이 카드를 쓰는 어린이들의 인권에 대한 배려는 없다. 마음 여린 어린이들에게 급식전자카드를 쓰도록 해 스스로 ‘가난한 집 아이’라는 낙인을 찍게 했다. 실제 어린이들은 “카드 쓰기가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다. 아동복지계에서도 “누가 내 집 자식에게 식당에서 밥 사 먹으라고 카드를 쥐어 주겠냐”며 반발하고 있다.
급식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부분 또한 의문이다. 급식전자카드 가맹점 현황(5월 2일 현재)을 보면 모두 109곳 가맹점 가운데 편의점이 절반에 가까운 49곳이다. 일반 음식점 51곳 가운데도 김밥○○ 등 분식점이나 중국집이 대다수다. 더구나 한 끼 4천원으로 무엇을 사먹을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결국 김밥과 라면, 자장면 등이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전부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이 제도를 도입했던 지역에서 급식전자카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 자체의 맹점도 있다. 지난 18일 중부일보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전자급식카드 가맹점이 카드를 보관하면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카드깡이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가 밝힌 투명성과 배치되는 결과다. 하지만 시는 도입 초기라는 이유로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보완하면 된다는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다. 게다가 시는 행정 편의만 강조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면서 수혜계층과 이렇다 할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투명성과 효율성만 내세워 시가 추진하는 급식전자카드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시가 내세운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