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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위민(爲民)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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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爲民) 행정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1호 입력 2011/05/24 09:23 수정 2011.05.24 09:15



 
ⓒ 양산시민신문 
삼색 신호등·도로명 주소
국민소통 부재로 시행 차질
새로운 시책·사업 추진할 때
시민의 편에서 먼저 생각하길


아무리 좋은 제도나 시책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수혜자인 국민이 불편하거나 싫다고 하면 재검토해야 한다. 경찰청이 선진교통문화를 위한 특수시책으로 내놓은 ‘삼색 신호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추진을 포기한 것이나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전면시행하려고 했던 ‘도로명 주소’를 2014년으로 연기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문제를 소홀히 한 과오임이 분명하다.

지난 16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3색 화살표 신호등을 확대 설치하는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광화문 등 서울 도심 11곳의 시범운영 구간과 지방 42곳의 교차로에 설치된 화살표 3색 신호등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한 달 가까이 끌어 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인데 조 청장이 언급했다시피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국민 정서를 받아들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기존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꾸려고 계획한 것은 선진국형으로 집이나 건물을 찾기 쉽게 하려는 표준화정책이었다. 기존 주소가 토지의 지번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개발에 따른 지번의 분할과 합병이 빈번하게 일어남으로써 집 주소의 일련성이 상실되면서 주소만 갖고 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행안부는 1997년부터 3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도로명 주소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7월 전국의 도로명 주소를 확정하고 개인별 통지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었다.

주소체계의 변화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후속조치를 필요로 한다. 당장 국민 개개인은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기타 개인 신상에 관한 모든 공문서에 기재된 주소를 변경해야 한다. 금융기관과 통신사는 모든 고객 정보를 수정해야 한다. 수도사업소나 한전 등 고지서를 발부하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사회 모든 부분에서 혼란과 소동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다 정부에서 확정 통보한 도로명 주소가 당사자인 국민들 속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지적받은 부분이 많이 나왔다. 특히 아파트 등 집단주거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아파트 이름이 빠진 주소명에 황당해 했고,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단지별로 주출입구가 다르다 해서 전혀 다른 주소로 정해지는 등 불만이 폭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도로명 주소체계의 정리와 시설물 설치에만 행정력을 치중했을 뿐 국민과 소통하여 이해를 구하는 데에는 소홀했다. 경찰청의 ‘삼색 신호등’ 철회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뒤늦게나마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한 연기조치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우리 지역을 돌아보자. 덕계동 사거리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에 대하여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직진 신호 때에 허용되는 비보호 좌회전의 경우 진행방향의 보행자 횡단보도상의 파란신호와 함께 켜짐으로써 사고의 위험이 커다는 것이다. 많은 건의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서나 시 교통당국의 대응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현장에 나와 10분만 지켜보고 있으면 그 실정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국민이 불편하고 위험해서 싫다고 하면 빨리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불행한 사고라도 터져야 대책을 세울 것인가.

양산시에서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 제공의 수단으로 전자카드발급제도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행정의 편의만을 내세워 수혜자인 결식아동과 그 가족들의 수치심과 반발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시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를 구함이 없이 강행하고 있다.

상북면 대석저수지 확장사업 추진과정에서도 시는 주변 주민들의 입장이나 영향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국비사업의 확보를 통한 단체장 치적쌓기에 우선순위를 둔 듯한 졸속행정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이 또한 시민과의 소통 측면에서 고압적인 처리자세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란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의 권익이 존중받고 중앙권력에 의해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는 풀뿌리민주주의 개념이 포함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 복리를 위해서 법과 제도를 만들고 또 그 집행에 수고를 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시민 위에 군림해 은혜를 베푸는 위치’에 있다는 착각으로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항상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아픈 곳을 치유함으로써 ‘백성들이 있음에 공직이 있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은 고금을 통틀어 행정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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