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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어린 여자를 품어서라도 회춘하겠다는 아버지의 끝없는 욕망에 아들들의 원망은 커지고, 결국 다섯 아들은 아버지의 돈을 훔쳐 도회지로 나가고 늙은 아버지 곁에는 아버지를 버리지 못하는 큰아들과 몸 아픈 막내아들만 남는다.
서로의 욕망으로 가족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아버지는 지난 세월을 후회하고, 아버지를 떠난 자식들은 허기를 채우는 것 외에는 삶을 채워가지 못한다. 계절의 순환은 아버지와 자식들이 서로에게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밀지만 용서와 화해는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극단 백수광부의 창단 15주년 기념작 연극 ‘봄날’이 양산을 찾는다. ‘봄날’은 1984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으로 ‘파수꾼’이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이강백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2011년 백수광부가 그려내는 ‘봄날’은 1984년의 정치적 풍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선과 해석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공연은 극중극을 통해 시와 소설, 음악, 영화, 그림으로 ‘봄날’의 여백을 채우고 관객의 마음을 채운다.
산수화를 보는듯한 무대 위의 여백과 조용히 이를 관조하는 시선, 봄날 타오르는 산불처럼 반역을 꾀하는 아들들의 열정과 후회로 참회하는 아버지의 그리움이 시끄럽지 않게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회춘을 향한 원초적 욕망과 선(禪)적인 관용의 세계가 한데 어우러지는 동양적 세계관이 펼쳐지는 공연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원로배우 오현경은 연극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보여주는 정확한 발성과 군더더기 없는 정교한 연기는 관객에게 아버지라는 존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공연 6월 18일 오후 3시ㆍ오후 7시 30분(2회), 공연시간 120분. 예매 6월 7일부터. S석 1만5천원, A석 1만원. 문의 379-85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