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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말의 무게, 그리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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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무게, 그리고 책임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4호 입력 2011/06/14 09:23 수정 2011.06.14 09:19



 
ⓒ 양산시민신문 
중앙동주민센터 옮기고
노인회관 활용 약속 공수표
시장 공언과 달리 바뀐다면
미리 설명하고 이해 구해야


공식적인 시장의 발언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정책적 결정으로서의 약속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확고한 지침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난주 들어 노인회장은 심기가 많이 불편했다. 협소하고 불편한 현재의 노인회 사무실을 인근 중앙동주민센터로 이전해 주겠다고 약속한 나동연 시장의 말만 믿고 기다려 왔는데 갑자기 문화원 자리로 이전하는 계획이 의회에 보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지난 3월 17일 나 시장은 노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경찰서가 이전하고 나면 중앙동주민센터를 그곳으로 옮기고, 청사를 리모델링해서 노인복지회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나 시장의 약속은 또 있다. 경찰서가 옮겨간 자리를 노인회관으로 활용하도록 해 주겠다는 약속을 공ㆍ사석에서 여러 번 언질했었다는 것. 하지만 이 구상은 원도심활성화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청사로 활용돼야만 주변 상권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중앙동주민센터를 경찰서 자리로 이전한 뒤 노인들의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러한 방침은 나 시장이 노인회 정기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에도 노인회 관계자들과의 회동 때마다 몇 차례 공언해 왔기에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노인회측은 시의 사정이 바뀌었다면 먼저 그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더구나 문화원 자리는 희망고개 입구에 위치해 경사도가 높고, 주변 여유공간이 없어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진정으로 노인들을 생각한 조치가 아니라는 불만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서가 물금신도시에 새로 청사를 지어 옮겨가면서부터 남겨진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원도심 활성화 노력과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업지역인 특성을 살려 주변 상가의 활성화를 돕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처음에 나왔던 노인회관으로의 사용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상가단체측에서는 중앙동주민센터나 시 제2청사로 활용해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했다.

그러던 중 나 시장이 몇 차례 공식석상에서 몇 개 단체의 이전 구상을 외부에 알렸고 리모델링 비용까지 확보해 놓았다고 강조할 때는 그렇게 결정될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민들이 알기에는 구 경찰서 자리에 중앙동주민센터가 가고 주민센터에는 노인회가, 내년에 이전하는 문화원 건물에는 예총 산하 단체가 입주하고 장애인협회는 기존 건물 전체를 쓴다는 큰 틀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노인회와 장애인단체에서는 꾸준히 독립된 회관의 건립을 요구해 왔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물론 전임 시장 시절부터 공공연히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노인회에서는 경기도 일산의 노인회관이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해 간부들이 견학까지 갔다오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회관 신축에 적지 않은 사업비가 소요됨을 알기에 중앙동주민센터 정도면 만족하고 장애인협회에 더부살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하루빨리 분가하기를 학수고대해 왔다.

중앙동주민센터를 그대로 존치하겠다는 시의 방침은 나름 이유가 없지 않다. 그 자리는 오랫동안 양산고을을 다스려온 행정의 중심관청이 자리한 곳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양산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행정기관이 계속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사람들속에서 이미 옛 행정청의 건축물도 사라진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지 내의 한 곳에 그러한 역사적 기록을 표시한 기념비를 만들어 보존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시유재산의 효율적인 관리에 대한 지적이 아니다. 아무리 시장이 밖에서 공언했다 하더라도 철회하거나 변경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면 시정할 수 있다. 오히려 잘못 판단했다는 심증을 가지고도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보다는 고치는 게 더 용기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럴 때에는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시에서는 의회와의 협의를 거친 후에 설득에 나서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장의 한 마디는 사석에서도 흘려듣지 못하건만 그것이 공석에서였다면 더욱 신중해야 하고 그 파장에 대해서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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